[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고물가 시대에 초저가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황은 '맑음'을 띄고 있다. 다만 업계 내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쪽에서는 100억원을 훌쩍 넘기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마케팅 비용 효율화와 인원 감축 등으로 허리띠를 죄고 있다.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쿠팡은 자사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통해 MLB 서울 시리즈를 중계했다. 2024.03.13 psoq1337@newspim.com |
◆ 쿠팡, 알리 대규모 이벤트로 고객 유치 나서
2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작년 첫 흑자로 돌아선 뒤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쿠팡 계열사인 쿠팡이츠에서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 20, 21일 서울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MLB 개막전 2연전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단독 중계하고, 티켓 판매와 마케팅 등을 대행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이번 개막전에 사용한 비용을 1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쿠팡은 선수 체재비와 구장 대여, 아웃소싱 등 기타 행사 비용에도 50억 원을 추가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지고, 다른 부분에서 마진 메이크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알리익스프레스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한국 상품 전문관인 K 베뉴에 1000억원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27일까지 한국 상품을 대상으로 10억원어치 랜덤 쿠폰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이벤트는 수많은 참가자가 몰리며 준비한 쿠폰 17만7000장이 첫날인 21일 모두 소진되기도 했다.
알리의 마케팅 공세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알리는 현재 강남 지하철에 대형 광고를 띄우거나 카카오페이와 연동해 광고 팝업을 띄우기도 한다. 알리 관계자는 "예전부터 지하철 광고를 시행 중에 있었고 최근 프로모션 기간이라 마케팅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K-Venue(케이베뉴) 고객들에게 쇼핑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의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제공] |
◆ 일각에선 마케팅 효율화·인원 감축으로 허리띠 죄기도
반면 일부 유통업계는 실적 악화로 내실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효율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줄여 군살 빼기에 나서거나 대규모 마케팅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확보하는 식이다. 특히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 칼바람도 불고 있다.
매각을 앞둔 11번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오는 29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11번가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을 시행 중임에도 매각이 녹록지 않자 인력 감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1번가 뿐만 아니라 국내 정통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기조를 '수익성 개선'으로 잡은 상태다.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매출 증대보다는 비용 줄이기에 몰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리는 이용자 수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야하는 상황이고 쿠팡은 충성 고객층을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다른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투자를 받거나 적자를 보는 식으로 비용을 집행했는데 알리의 경우 모기업이 워낙 크다 보니 조금 더 용이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플랫폼의 생존 가능성이 중요해짐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