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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미국의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운영 기업 치폴레 멕시칸 그릴(종목코드: CMG)은 지난 2월 6일 월가 예상을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과 매출 실적을 공개한 이후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고, 3월 18일 장중 주당 2813.99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바 있다.
기록적인 매출과 이익, 성장세가 사상 최고가 경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치폴레는 인플레이션이 식자재와 인건비에 미치는 영향이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신규 매장 오픈, 메뉴 가격 인상, 디지털 이니셔티브에 대한 집중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해왔다.
미국 동부 시간으로 20일 오전 10시 25분 현재 치폴레 주가는 19일 종가인 2797.56달러에서 6.93% 오른 2991.40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앞서 3023.98달러로 8.09% 올라 18일 기록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767억1000만달러로 라지캡(시가총액 100억~2000억달러) 종목인 치폴레는 올해 들어 22.33%, 최근 1년 사이 72.43% 상승했다. S&P500지수의 올해 들어 8.57%, 최근 1년간 31.54%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상승 폭이다.
치폴레 멕시칸 그릴에서 타코를 만드는 모습 [사진=블룸버그] |
브리토, 케사디아, 타코 등 멕시칸 음식의 속 재료를 한국에도 여러 매장이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처럼 고객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레스토랑 치폴레는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에 약 3400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2023회계연도 4분기(12월 마감) 치폴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한 25억달러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에 부합했고,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년 전보다 25% 늘어난 10.36달러로 월가 예상치 9.71달러를 웃돌았다. 동일 매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4% 증가하며 7.1% 성장을 내다본 월가 예상치를 앞질렀다. 영업이익률도 13.6%에서 14.4%로 개선됐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관 플레이서.ai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치폴레를 제외한 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서 트래픽(유동인구)이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반면 치폴레의 트래픽은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덕분에 치폴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 인건비 상승에 따라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득 계층에서 꾸준한 수요가 이어졌다.
이처럼 꾸준한 수요를 견인하는 치폴레의 성공 전략 중 하나로 '치폴레인(Chipotlane)'에 주목할 만하다. 사전에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드라이브스루로 음식을 찾아가는 이 방식은 치폴레의 매출 증대와 매출이익률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치폴레는 2023년 말 기준 811개의 치폴레인을 운영했으며 2024년에는 여기서 최대 200개까지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전략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2020년 3월 미국에서 자가격리가 시작되자 치폴레는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매장에 온라인 주문 전용 픽업대를 마련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아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자사 앱이나 홈페이지, 우버이츠나 도어대시 같은 제3자 배달 전문 앱을 통해 이뤄지는 디지털 매출은 치폴레 성장의 일등공신이 됐다. 디지털 주문을 처리하는 주방은 치폴레 매장과 별도로 설치해 매장 작업과 충돌하지 않도록 한 것도 효율적이었다.
2019년 3월 도입된 치폴레의 리워드 프로그램 회원 수는 2023년에 전년 대비 14% 증가해 3600만명을 돌파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온라인으로 편하게 주문하고 리워드 혜택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고객 충성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주문이 매장 내 판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며 2023년 전체 식음료 매출의 37%를 차지했다.
치폴레의 메뉴 [사진=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브라이언 니콜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은 메뉴 혁신과 드라이브스루 처리량 개선에 힘입어 강력한 거래액 성장을 달성했고, 기록적인 수의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 한편 매장당 평균 판매량이 300만달러를 돌파하고, 첫 해외 파트너십을 맺은 뜻깊은 한 해였다"고 강조했다.
경쟁사인 타코벨 CEO를 지낸 니콜 CEO는 2015년 치폴레 매장에서 대장균 식중독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2016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 감소하고 순이익은 95% 급감한 상황에서 2018년 3월 창업주 스티브 엘스를 대신해 신임 CEO로 투입돼 V자 회복을 이끌고 지금의 치폴레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치폴레는 2024회계연도 동일 매장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 컨센서스인 5.3% 증가율을 약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며 매출액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올해 치폴레는 285~315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는 주로 미국에서 약 340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장기적으로 그 수를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치폴레에 대한 월가의 투자의견을 종합하면 '완만한 매수'(팁랭크스 기준)다. 최근 3개월간 28개 투자은행(IB) 중에서 20곳이 '매수'를, 8곳이 '보유'를 추천했다. 이들이 제시한 향후 12개월 목표주가는 2744.11달러로 19일 종가인 2797.56달러보다 1.91% 낮은 수준이다. IB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 속도가 치폴레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치폴레 이사회의 50대 1 주식 분할 승인 소식이 전해진 뒤인 20일 도이체방크는 '매수' 투자의견을 재확인하는 한편 목표주가를 3100달러에서 3300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레스토랑 부문에서 치폴레의 강력한 성과가 계속될 것이란 자신감을 나타냈다.
치폴레 강세론자인 도이체방크는 서비스 속도 향상, 메뉴 혁신, 강력한 로열티 프로그램 등 치폴레의 효과적인 트래픽 유도 전략에 주목하며, 이 덕분에 동일 매장 매출이 한 자릿수 중반의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은행은 치폴레가 30%에 가까운 레스토랑 수준 마진(RLM)을 달성할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이와 더불어 동급 최고의 단위 경제성을 바탕으로 치폴레의 성장률이 8~10% 가속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단기와 장기 모두 성장 전망이 확실한 만큼 주식이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건전한 대차대조표를 포함한 강력한 펀더멘털 또한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치폴레 주가는 12개월 예상 순이익의 54.9배(PER, 포워드)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스타벅스(SBUX, 21.7배)와 맥도날드(MCD, 22.7배)를 포함한 동종 업계보다 높은 편이다.
kimhyun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