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작년에 주주 100만명이 떠났는데 책임지고 사퇴할 생각 없습니까?" -삼성전자 주총장, 한 주주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엔디비아와 달리 회사가 9조원대 순손실을 낸 이유를 듣고싶습니다!" -SK하이닉스 주총장, 한 주주
[사진=김지나 차장] |
주총시즌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예년 주총장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 기업 모두 주총에서 주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늘렸다는 점이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과 정부의 '주주 밸류업 프로그램' 의지가 맞물리며 기업 주총 현장 역시 변화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 속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총장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등을 따져 묻는 주주들의 경영진에 대한 성토의 장으로 흘러갔다.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10년전 AI(인공지능) 시대를 예상했을텐데 HBM(고대역폭메모리)를 놓친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면서 "적자를 낸 SK하이닉스 보다 흑자를 낸 삼성전자 주가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날 주총에서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가가 주주님들 기대에 미치지 못 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의 한 사람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SK하이닉스 주총장에선 한 주주가 "AI칩을 만드는 엔비디아의 경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는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마이너스 9조원을 기록했다"면서 "SK하이닉스는 HBM 등 AI메모리 선두주자라고 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의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엔비디아는 매출 대부분이 AI용 서버지만 우리는 전체 D램 판매량 중 HBM 판매 비중은 싱글 기준 퍼센트"라며 "이 같은 규모 차이가 전체 판매량에서도 차이를 많이 낸다"고 해명했다.
사원 주주들로 주총장이 가득 찼던 과거 기업들의 주총 문화와 다르게 경영진들이 나서 주주들의 질문에 성의 있게 답변하는 변화된 모습은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해 실적 악화로 주주들에게 좋은 소릴 들을 일 없는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주총에서 오히려 주주들의 말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는 모습은 눈여겨볼 만 했다. 하지만 주총에 참석한 경영진들의 변화된 모습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개선된 실적으로 주주환원을 늘리는 변화가 후행돼야 한다.
지난해 반도체 터널을 지나 올 들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며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I 시대, 변화된 반도체 환경에 큰 기회 요인도 보인다.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시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주들을 놓치지 않을 것인가가 주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던 반도체 기업 경영진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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