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40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이번에는 'ETF 브랜드명' 변경 전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나자산운용은 내달 2일 새 ETF 출시에 맞춰 ETF 브랜드명을 'KTOP'에서 '1Q'로 변경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22년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변경해 전체 ETF 중 최상단에 노출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 이 같은 이점을 하나운용이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KB자산운용도 ETF 브랜드 'KBSTAR'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으로 ACE, 1Q에 앞설 브랜드명으로 무엇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운용은 내달 2일 '하나1Q 머니마켓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ETF 브랜드를 기존 'KTOP' 에서 '하나1Q(원큐)'로 변경한다.
하나운용 관계자는 "하나1Q 머니마켓액티브 상장일에 맞춰 기존에 출시된 4개 ETF명을 모두 교체해 같이 (새롭게) 시작하려고 한다"며 "하나운용도 앞으로 ETF를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운용은 현재 연내 신규 상장 ETF 수, 점유율 목표 등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1Q' 리브랜딩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ETF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하나운용의 직원은 총 84명이며, ETF 인력은 6명이다. 최소 10명 내외인 경쟁 운용사 대비 ETF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1Q'는 하나금융그룹의 디지털 플랫폼 브랜드다. 한 번에 모든 금융서비스를 누리게 한다는 의미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이 이 브랜드를 활용해 어플리케이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1Q'를 사용할 경우 국내 전체 ETF 상품 840여개 가운데 제일 상단에 노출되는 효과도 있다. 하나운용도 리브랜드 과정에서 이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투운용의 'ACE'가 가장 상단에 노출되지만 'A' 보다 숫자 '1' 이 위로 올라간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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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브랜드명을 변경한 한투운용이 최상단 노출 효과를 상당히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투운용은 배재규 사장이 취임하면서 2022년 10월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변경했는데 당시 사내 공모를 진행하면서 한투운용의 철학 반영, 투자자 각인효과, 상단 노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은 ACE에 대해 "한투운용 ETF를 최고의 에이스이자 최고의 고객 전문가(A Client Expert)로 만들기 위해 바꿨다"고 설명했다.
한투운용이 'ACE'로 변경하면서 기존 최상단에 있던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이 뒤로 밀려났다. ETF 브랜드명 외에도 경쟁력 있는 상품 출시, 운용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이 포함됐겠지만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3위인 KB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139조원, 상장된 ETF 상품은 총 846개다. 일반 투자자들이 운용사들의 순위와 수익률, 개별 상품의 수익률 등을 분석해 매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상단에 노출하게 되면 투자자 유치에 유리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ETF에 투자하려는 일반투자자의 매수 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국내 1, 2위인 ACE, TIGER 등 운용사 ETF 브랜드명이 아닌 '반도체'를 먼저 검색한다"면서 "그러면 (브랜드명이) 앞 순위에 있는 ETF가 가장 상단에 노출되고 가장 상단에 노출된 ETF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전체 ETF 시장점유율이 80%을 넘어서지만 하나운용, 한투운용, KB운용 등 중소운용사들이 현재는 ETF 시장 내 후발주자이지만 굵직한 금융지주사에 속한 만큼 일종의 '편승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다. 또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지금 ETF 브랜드명 교체로 이미지를 변신, 순위 상승을 이루겟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ETF 시장내 경쟁 과열이 차별화된 상품 뿐만 아니라 브랜드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그 만큼 ETF 시장에 운용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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