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IBK투자증권이 서정학 대표의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 다만 그 형식이 대부분의 증권사와 달라 의아함을 자아냈다.
보통의 기자간담회는 기자들을 불러 지난 성과와 과오, 올해 전략 등을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신들의 성과를 알리는 동시에 시장의 궁금증에 대한 의문도 해소하겠다는 책임 의식이다.
이석훈 금융증권부 기자 |
하지만 IBK투자증권은 보기 드문 '일방적' 방식을 택했다. 이메일로 사전 질문을 취합하고, 이를 종합해 서면으로 답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궁금증이 얼마나 반영됐을지는 알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서 대표의 답변이 담긴 자료에는 실상을 부풀린 내용이 많았다. 그는 "기업금융(IB) 부문에서는 안정성·수익성 높은 딜 발굴에 집중하고, 사업 기반 확대와 초기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모색했다"며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서 부실 최소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안정성·수익성을 높였다고 밝혔지만, 실적 규모는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IBK투자증권의 IB 부문 실적은 약 778억원으로, 전년(약 913억원) 대비 14% 줄었다. 이 같은 실적 감소에 대해 시장은 관심이 크지만,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또 "기업공개(IPO) 과정에서는 높은 경쟁률로 공모주 청약 흥행을 이끌었다"며 "지난해 2월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이노진은 1644대 1의 경쟁률을 달성했으며 같은 해 11월 상장한 비아이매트릭스도 8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친 이후에도 꾸준한 경영 자문과 IR지원 등을 통해 주관 기업의 주가 수익률 상승을 도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IBK투자증권이 언급한 이노진의 주가는 이전 상장 이후 지난달 29일까지 무려 70% 내렸다. 비아이매트릭스의 주가도 올해 1월 22일 1만 83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 29일 914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서도 IBK투자증권의 주먹구구식 서면 간담회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표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가 아는 한 이런 식으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비판적 질문은 자체적으로 검열할 것이고 '나쁜 것은 좋게, 좋은 것은 더 좋게' 식으로 포장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도 "서면 간담회의 가장 큰 단점은 현장 취재가 제한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증권사의 주장이 과도하게 실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담회 취지 자체가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므로, IBK투자증권의 서면 간담회는 행사의 본질과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서정학 대표의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은행의 입김이 강한 IBK금융그룹 특성상 IBK투자증권을 향한 실적 압박이 있었을 수 있다. 게다가 서 대표는 입사 후 20년 넘는 세월 'IBK맨'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기업은행 출신에 걸맞은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식의 졸속 간담회는 안된다. 좋은 금융상품보다도 더욱 중요한 게 양질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역할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봐도 이러한 '불통' 간담회는 손해를 야기할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자찬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뿐이며, 문제 성찰이 없는 평가는 또 다른 화를 부른다. 만약 이번 건을 유야무야 넘긴다면, 서 대표의 2주년 성적표가 개선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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