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국에서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 속에 국제 금값이 1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미 달러화와 국채 금리가 강세를 보이는 영향에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1일(현지시간) 미 동부시간 오전 금 현물은 온스당 2265.49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의 6월 인도분 금 선물도 장중 2264달러까지 오르며 신고점을 달성했다. 금값은 올해 들어 9% 넘게 올랐다.
세계금위원회의 시장 전략가 조셉 카바토니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금에 매우 흥미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로 금값을 움직이는 건 시장 투기 세력으로 이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하에 대한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 바이두] 금 선물 가격이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
지난 주말 발표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0.3%, 1년 전보다 2.8% 상승해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다. 전년 대비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1월 2.9%에서 2월 2.8%로 내렸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됐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예상대로 냉각된 것으로 확인되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도 강화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개시 가능성을 약 63%로 반영 중이다.
금 가격과 미국 국채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하락하면 저금리 환경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채권 같은 자산보다 금의 투자 매력이 올라간다. 전 세계적인 금에 대한 수요 역시 금값을 밀어올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투자관리사 가벨리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시저 브라이언은 "중국의 전반적인 경기,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서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금에 매력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데이터에 따르면, 특히 중국 중앙은행과 중국 소비자들이 금에 매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전망, 미 달러화 약세 전망 등에 보유고를 다변화하려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강한 매수세 역시 금값 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ING의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워렌 패터슨은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6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금값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금값은 초반의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TD 증권의 글로벌 상품 전략 글로벌 책임자인 바트 멜렉은 "연준 관계자들이 반드시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시장에 경고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연준 관계자들이) 이를 분명히 하면서 시장이 반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금값은 유로화, 일본 엔화, 인도 루피화, 영국 파운드화 등 여타 통화 대비로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금값이 연이어 신고점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추가 상승 여지가 여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 가격은 지난 2000년 이후 600% 넘게 상승했는데,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3000달러에 이르는게 적정 가격이라는 이유에서다.
투자은행 JP모간체이스는 금값이 올해 온스당 2500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값 상승에 관련주의 주가도 일제히 오름세다. 바릭골드(GOLD), 로얄 골드(RGLD) 등 금 광산업체들의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 장중 1%가량 오르고 있다. 금 채굴 기업 상장지수펀드(ETF)인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GDX)도 이날 1% 넘게 상승 중이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