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북한 김정은이 2일 오전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함으로써 후속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총선을 8일 남겨놓은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본격화함으로써 남한 정세에 개입하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 획책할지 모른다는 측면에서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6일 서부전선 훈련장을 방문해 직접 소총 사격 자세를 취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북한이 이날 아침 발간된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기만적인 선거공약을 남발하며 집권위기를 모면해보려는 윤석열 괴뢰를 기어이 역사의 심판대에 끌어내어 탄핵시키기 위한..." 운운하며 선거 관련 대남선동과 개입을 노골화 하고 나선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6시 53분께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에 한발을 쏘아 올렸고, 600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떨어졌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하여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미일 당국과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8일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한반도 전역을 타격권으로 두는 600mm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을 실시한 지 15일 만이다.
김정은은 이어 같은 달 19일 평북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에 사용할 고체연료 엔진의 연소시험을 참관했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튿날 보도에서 "중대 시험의 대성공을 통해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무기체계 개발 완성의 시간표가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이 기자회견 형식을 빌려 추가적인 군사정찰위성 발사계획을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장면 [사진=외교부] |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도발을 계속 감행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이는 김정은이 지난해 11월 첫 군사위성 발사에 이어 올해 3개의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언급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이 같은 일련의 도발적 행보는 최근 안보리 대북제재 패널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력화 하고, 북한 내 핵 시설 재가동 징후를 알리는 외신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중국 양회나 러시아 대선 등의 일정을 고려해 미사일 등 도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온 김정은이 4월 들어 본격적으로 한미일을 겨냥한 위협을 재개하는 것이란 분석이 정부 대북부처 당국자와 전문가 그룹에서 나온다.
일부 대북 우호성향의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 도발과 관련해 총선과의 연관성을 애써 부인하는 듯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김정은 도발 행보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북한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는 대북부서와 전문가 쪽에서 제기된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이 지난달 4~14일 진행된 한미 합동 군사연습 기간에 집중적으로 대남 침투 및 타격훈련을 참관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6일 방문한 서부전선 군 훈련장에서 북한군이 Mi-8헬기를 이용한 가상 남한 시설 침투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김정은은 지난달 6일 서부전선 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해 군사분계선(MDL) 한국군 초소를 북한군 특수부대가 공격해 점령하는 가상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또 13일에는 6.25전쟁 당시 서울에 가장 먼저 진입해 중앙청에 인공기를 꽂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105탱크사단 등이 참가한 대항훈련을 참관한 뒤 "전쟁 동원 준비"를 촉구했다.
15일에는 우리의 특전사에 해당하는 항공육전 부대의 대남 침투 훈련을 돌아보고 "투철한 전쟁관으로 억세게 무장할 것"을 지시했다.
이런 움직임과 김정은의 발언을 분석해보면 어떤 행태로든 도발을 통해 자신들의 대남 적대 의지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한국 내 정치상황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의중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핵과 미사일 도발 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을 이용한 대남 기습도발이나 국지전 형태의 타격이 가능하다는 걸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다"며 "성동격서식의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도발 형태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해 12월 말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내년(2024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일찌감치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핵 실험(1월6일) △무인기 침범(1월13일) △대포동미사일 발사(2월7일) △GPS 교란(3월31일)을 연이어 자행하는 등 대남 도발 행보를 보였다.
또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는 3월 한 달간 대남 전술무기인 단거리탄도미사일을 4회 연쇄 발사하는 등 도발적 움직임을 보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주도한 김영철을 지난해 6월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을 지휘한 리영길과 박정천을 8월 각각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으로 기용하는 등 '도발 주역 3인방'을 군·공작기관에 복귀시킨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 주체를 알기 어려운 형태의 폭발물 테러나 위협을 가하거나 해킹조직을 동원해 우리 전산망을 마비시키거나 금융망에 침투해 코인 등을 탈취하는 등의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에도 대북 안보부처들은 대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2일 북한의 총선 개입 시도에 비판 입장을 내고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순한 시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며, 북한발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이 우리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지적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은 우리 선거 일정을 앞두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며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하여 보도해 우리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훼손시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현명한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이에 현혹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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