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1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하는 이란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CNN 등에 따르면 이란의 호세인 아크바리 시리아주재 대사는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이 "이스라엘 F-35 전투기들이 발사한 미사일 6기 공격을 받았다"고 알렸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 고위 간부 두 명을 포함해 7명이 숨졌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 앞에 설치된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크바리 대사는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 나세르 카나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란은 상호적 조처를 취할 권리가 있고 침략자에 대한 대응과 처벌 유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성명을 내고 이란이 이번 영사관 폭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공격이 "엄청난 국제법 위반"이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소집 등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처벌과 보복"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CNN에 이스라엘이 공격 배후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우리 정보에 의하면 그곳은 대사관도, 영사관도 아니다"라며 "이곳은 다마스쿠스에서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 주체가 누구이든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이상 중동 확전 우려는 계속 고조될 전망이다.
CNN은 이번 사건이 중동 확전을 막는 인내의 한계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로부터 북부 국경지대에 공격을 받아온 이스라엘군은 맞대응 성격의 공격을 지속해왔지만 이란 공관을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아크바리 대사도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국기가 게양된 이란 이슬람 공화국 공관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보복 대응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번 공격으로 숨진 자헤디 쿠드스군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20년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에 의해 사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지휘관 이래 가장 높은 지위의 간부다.
그간 미국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충돌과 확전을 피해 온 이란이 이번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란 전문가이자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닷미디어(Amwaj.media)의 편집자 알리 샤바니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오늘 사건은 이스라엘인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궁지에 몰아넣은 격"이라며 "이란의 최고 지도자는 자신의 근위병 앞에서 부끄러운 처지가 되었고 쿠드스군도 역내 이란 동맹들에게 하메네이의 우유부단을 정당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시리아, 레바논, 예멘, 이라크 등에서 무장 정파, 민병대를 지원해 이른바 친이란 군사 네트워크를 두고 있다.
현재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후티 등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란이 직접 보복에 나선다면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린다 슬림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은 이란에 '이제 새로운 영역에 있고 할 수 있다면 당신을 언제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도 "우리는 새로운 영역에 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전쟁' 중이었지만 더 이상 그림자 전쟁이 아니게 됐다. 이제 공개적인 전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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