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경매시장에서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부동산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대출을 통한 수익형부동산 매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대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면서 공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 가능성,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수익형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활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일 대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경매시장에서 수익형부동산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부진한 성적표를 나타냈다.
상가 물건은 51건이 경매에 나와 4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이 7.8%로 연중 최저치다. 감정가액 대비 낙찰률인 낙찰가율은 37.4%에 그쳤다. 최초 감정가액이 10억원이라면 낙찰된 금액이 평균 3억7400만원이란 얘기다. 물론 임차인 보증금 등 대항력 있는지 조건 등에 따라 실제 낙찰가율이 변화하긴 하지만 감정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낙찰자가 결정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시장 참여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역세권 상가 모습. 1층과 2층 공실로 새로운 임차인을 찾고 있다. [사진=이동훈기자] |
유찰이 거듭되면서 최저 매각가액이 첫 감정가액의 20% 이하로 추락한 경매 물건도 적지 않다. 강서구 방화동 '까사지오'의 한 집합건물은 최초 감정가액이 2억2900만원이었으나 11번의 유찰이 이어지면서 5월 7일 매각기일에는 최저 매각가액이 1967만원으로 하락했다. 첫 감정가액 대비 8.6% 수준이다.
강북구 수유동 '수유프라자' 2층의 한 집합건물은 최초 감정평가액이 4800만원이었다. 9번 연속 유찰되며 오는 7일 진행되는 경매에서는 최저 매각가액이 644만2000원으로 낮아졌다.
저금리 시대에 아파트 대체제로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텔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달 서울 경매시장에서 174건이 나와 14.4%인 25건이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전달과 비슷한 10%대 수준이다. 다만 낙찰가율은 61.8%로 1월 67.7%, 2월 75.4%와 비교하면 한층 낮아졌다.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높게는 베팅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셈이다.
지난달 근린시설은 경매에 부친 154건 중 19.5%인 30건이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9.5%로 전달(20.5%) 대비 소폭 감소했다. 점포겸용 상가는 경매에 나온 8건 모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수익형부동산이 외면받는 이유는 고금리 부담이 장기화한 데다 경기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매출이 예전만 못해 폐업하는 비율은 증가 추세다. 행전안전부가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의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전국 외식업 폐업률이 10.0%로 2005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지역 폐업률은 12.4%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았다. 폐업률이 12%대로 올라선 것은 2005년(12.7%) 후 처음이다.
공실이 발생하면 임차인에게 받던 임대료는 끊기고 관리비, 대출이자는 그대로 살아있다 보니 투자자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부동산시장에서 수익형 상품의 거래량도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에서 상가, 점포겸용 등을 포함한 건축물 거래량은 작년 9월 1만3668건에서 10월 1만3046건, 11월 1만3018건으로 줄더니 올해 1월에는 1만2323건, 2월 1만 535건으로 더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고 경기침체 우려도 쉽게 가시지 않고 있어서다.
리얼 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자영업자 연체율이 1년새 1%p(포인트) 가까이 상승했고 고금리, 경기침체 등의 우려감이 여전해 수익형부동산 거래 정상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핵심 입지라도 공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리한 대출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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