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모터(종목:F)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하기 위해 신형 전기차 생산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치열한 경쟁 속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이라는 목표를 미루고 하이브리드 모델 강화 방침을 내놓고 있다.
포드는 4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SUV 전기차의 출시 시기를 당초 예정했던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북미지역 전체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신규 전기차 생산을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포드 자동차 로고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전기차 성장 둔화 전망에 완성차 업체 '전기차 집중 전략 수정' 나서
포드는 전기차 SUV를 포함해 전체 전기차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겠지만 전기차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생산을 연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년간 미국 내 전기차 2위 브랜드로써 수익성 있는 전기차 사업을 확장하고, 적절한 시기에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도입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생산 비용이 여전히 높은 탓에 포드 뿐 아니라 폴크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달아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수요 둔화를 감안해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건설 등 120억달러(한화 약 16조원) 규모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 폴크스바겐, GM 등도 최근 잇달아 전기차 집중 전략을 수정하고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차) 모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은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정부가 2030년까지 신차의 6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대폭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며 전기차 판매에 비우호적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조만간 전기차 전환 목표를 대폭 후퇴하는 수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차의 60%를 전기차로 바꾼다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 수치를 크게 낮출 것이란 관측이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2024.04.03 kwonjiun@newspim.com |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에 따른 노동자들의 실직 우려와 관련해 "우리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휘발유가 많기 때문에 휘발유를 많이 쓰기를 바란다"며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을) 즉시 끝낼 것"이라고 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전기차 전환이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것 역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16%) 대비 반 토막 났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와중에 중국 비야디(BYD) 등과의 경쟁에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테슬라는 차세대 차량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올해 자동차 판매 성장률도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드의 신형 전기차 SUV 생산 지연 결정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포드는 SK온과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캐나다 온타리오 오크빌 공장과 테네시 공장에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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