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도 여야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따라 기업들에 미칠 영향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재계의 오랜 숙원인 현행 '징벌적' 상속세의 완화 논의가 차기 국회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정부의 올해 세법 개정안 개편 논의를 앞두고 이번 총선 결과가 관심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여당이 상속세 개편 논의를 주도할지, 야권이 주도할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향의 개편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OECD 국가들은 상속세 인하 또는 폐지...한국은 세계 1위 60%
재계에서 지적하는 현행 상속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세율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일본(55%)보다도 높은 최대 60%다. 1997년 45%, 2000년 50%로 계속 인상된 데다 일정규모 이상 기업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에 따라 실제 상속세율은 세계 1위인 60%에 달한다.
이와 달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캐나다는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1972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미국은 55%에서 50%, 35%까지 낮췄다가 2012년 40%로 고정했다.
독일은 2000년 35%에서 30%로 인하했고, 이탈리아는 2000년 27%에서 4%로 내린 후 2001년 상속세를 폐지했다가 재정부족 문제로 2007년 이후 4%를 유지하고 있다. 상속세를 처음 도입한 국가인 영국은 최근 상속세 최고세율을 40%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막대한 상속세 마련을 위해 회사 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심지어 경영권을 판 경우도 있다. 밀폐용기업체 락앤락과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가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징벌적 수준'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삼성家 상속세만 12조...차기 국회에서 전향적 논의 이뤄져야
지난 2020년 이건희 회장 사망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2021년부터 5년 간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상속세 규모는 12조원대로 매년 상속세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다.
LG그룹 오너 일가는 9900억원대 상속세 일부 취소 소송을 진행중이고, 한미약품그룹은 5400억원대 상속세 문제로 경영권 갈등을 벌이다 OCI그룹과 통합이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사망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상속세도 4000억원대에 달한다. 효성가 유족들 역시 현재 막대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 등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해외 주요 국가들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점진적으로 낮춘 반면 우리는 5% 정도씩 지속 높임에 따라 아예 회사를 매각하거나 재산을 해외로 돌리는 등 불법적 탈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음 국회에선 현재 과도한 상속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논의가 전향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원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약화되며 미래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과도한 상속세 등 경직적인 세제가 민간 활력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정합성을 높이고 기업투자와 국민소득 증대를 뒷받침하는 조세제도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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