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현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의대정원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여당이 제22대 총선에서 대패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도 동력이 다소 약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서로 간 입장차이가 분명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가 전략을 수정하지 않는 한 답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여당 총선 패배에 의대 증원 동력 잃어…정부 '요지부동'
12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서 조 장관은 "정부는 중환자실·응급실 등 주요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진료 역량감소 여부를 파악하고,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현장의 의료진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조 장관의 발언은 이번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정부는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규홍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이 12일 오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2024.04.12 jsh@newspim.com |
다만 지난 8일 이후 나흘째 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은 열리지 않았다. 총선 전에는 회의 결과 브리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총선 이후에는 브리핑이 의미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별다른 발표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다.
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분하에 2027년까지 매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려갈 계획이다. 대학별 정원 배정도 이미 마쳤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0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권을 제외한 경기‧인천 및 비수도권 32개 의대에 2000명의 정원을 배정했다.
대학별로 다음 달까지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 이후 정원을 조정할 경우 현장의 혼란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민수 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대학별)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지 전까지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부 안팎에서는 여당의 참패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 의대 정원 확대 발표 당시만 해도 국민들의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의료계와 정부 간 의정 갈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의정 갈등은 여당의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두 달전만 해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정부가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맞냐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온다"면서 "의대 증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방법에 있어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전략 수정 가능성…야당 "2000명 집착 버려야" 쓴소리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의대 증원 말고도 수많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에 쓴소리를 낸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정부는) 2000명 숫자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고 합리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놓으라"고 제안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7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choipix16@newspim.com |
의료계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선 결과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의 의대 증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이번 투표를 통해 진짜 여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면서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함께 발전적인 의료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내밀 수 있는 카드는 의대 증원 속도를 늦추거나,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의 의대 증원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입장을 정리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일부 의료계에서 제시한 10년간 1000명씩 늘려가는 방법도 전체 규모는 줄어들지 않기에 대안 중 하나로 고려해 볼 만 하다"면서 "다만 정부의 의대 증원 의지가 확고한 만큼, 전략을 수정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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