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전공의 집단 이탈이 9주 차에 접어들면서 병원 수익성이 악화고 있다. 일부 병원이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병원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볼 처지에 놓였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12일부터 무급휴가를 최소 1일에서 최장 30일까지 받기로 했다. 기존에는 7일씩 무급휴가를 받았는데, 단 하루부터 한 달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은 전 부서에 시간외 근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부서는 시간 외 근무수당을 줄일 방안 등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25 choipix16@newspim.com |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수술과 진료를 줄이면서 병원의 수익성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은 외환금융위기와 2013년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서울대병원 측은 내부 기준에 따라 일정 정도 수익이 감소하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수익이 줄어야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는지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2022년 서울대병원 의료수익은 1조3412억원에 달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수술 건수를 평소 대비 절반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비중은 46.2%로 이른바 '빅5' 병원 중 가장 높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말로는 원하는 사람만 자유롭게 무급휴가를 쓰라고 하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이 보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 휴가를 써서 나오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이라며 "부서별 근무시간 최소화 방안을 내라는 것도 지난 2013년 비상경영체제 때와 비슷한 행태"라고 말했다.
교수 이탈까지 일어나면 병원 수익성은 더 감소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개별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해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교수와 환자 안전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는 게 사직서 제출 이유다.
비대위는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서울대학교 의대·서울대병원 교수의 약 92%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인 52시간 이상 근무 중이고, 89%가량은 우울증이 의심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교수들이야 사직서를 냈다고 해서 실제로 사직서 수리가 되겠냐"며 "이번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나머지 병원 노동자들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빅5 병원 중 의사가 아닌 일반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곳이 나왔다.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한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1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신청 대상은 일반직 직원으로, 의사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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