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역학조사에서 집단감염 발생 장소에 방문한 사실을 숨긴 공무원이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모 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공씨는 2021년 1월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을 받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날 그는 역학조사관에게 본인의 동선을 진술하면서 "BTJ열방센터는 2020년 11월 이전에만 방문했고 A교회는 모른다. B교회는 2020년 11월까지만 다녔으며, 현재 다니는 교회는 대전에 있는 C교회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공씨는 2020년 11월 27~28일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됐던 BTJ열방센터에 방문한 사실이 있고, A교회도 알고 있었으며 같은달 30일과 같은 해 12월 7·14일에 해당 교회를 방문했다. 또 B교회에도 같은달 10·17일에 방문한 사실이 있었다.
이에 검찰은 공씨가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공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공씨에게 선고된 벌금 액수는 현행법에서 규정한 최상한 액수다.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감염병예방법)은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우리가 금세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전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적·국민적 노력을 도외시하고,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로서 스스로의 동선을 더욱 분명하게 밝혔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이를 숨김으로써 역학조사를 방해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공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당시 역학조사관 D씨가 적법하게 임명된 바 없어 역학조사를 실시할 자격이 없으며, 허위 진술 시 처벌 경고를 하지 않는 등 역학조사 절차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은 공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D씨는 2년 과정의 역학조사관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하지 않아 역학조사관으로서의 적법한 자격을 갖추지는 못했다"면서도 "다만 법령에 의하면 역학조사는 '역학조사반원'도 수행할 수 있는데, 당시 해당 지역 보건소장은 D씨를 역학조사반원으로 지정해, 구청장에 의해 적법하게 임명됐다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또 당시의 일반적인 역학조사 방법에 비춰보면 D씨는 피고인에게 전화하기 전 사전고지문을 발송하고 전화 설문조사를 하면서 다시 허위 진술에 대한 처벌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이런 고지가 누락됐더라도 법령에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대응지침은 행정청 내부지침에 불과해 역학조사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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