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사회

의대 증원 규모 축소에도 의료계 반응 '싸늘'…"원점 재검토 입장 고수"

기사등록 : 2024-04-19 16:23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정부 의대 증원 사실상 축소
대학 결정따라 1000명 증원 될 수도
의료계 "2000명, 비과학적 결정 인정하는 셈"
원점 재검토 입장 변화 없어
의협, 제3 기구서 증원 규모 재산출 요구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사실상 1000명까지 축소했다.

2000명 증원이 '마지노선'이라고 밝힌 정부가 처음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의정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긴 어려워 보인다.

의료계는 정부의 증원 규모 조정이 2000명 증원이 비과학적으로 산출된 결과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며 '원점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정부, 사실상 의대 증원 2000명→1000명 축소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오후 3시 의대증원 관련 특별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각 대학의 상황에 따라 50~100%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에서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의대정원 조정 건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2024.04.19 yooksa@newspim.com

이날 정부는 총선 이후 처음으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중대본 회의를 통해 정부는 전날 6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32개 의과대학은 최대 절반까지 의대 신입생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됐다. 의대 증원 규모가 총 2000명에서 1000명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총리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정부 입장 변화에도 의료계 반응 '싸늘'

2000명 증원을 못 박았던 정부가 처음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이지만, 의료계 반응은 차갑다. 

의료계는 정부가 총장들의 건의로 증원 규모를 조정한 것은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애초에 비과학적이었단 사실을 시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의 '원점 재논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했다는 것은 그간 주장한 2000명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의료계의 입장이 '원점 재검토'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 역시 "그간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정부는 매번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라며 "총장들이 얘기하는 숫자도 과학적 근거 없이 말한건데, 이걸 정부가 받아들였다는 것은 2000명 증원도 비과학적 결정있다는 걸 시인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03.07 choipix16@newspim.com

◆ 과학적 근거로 증원 규모 재산출해야

그간 의료계는 정부가 주장하는 2000명 증원 규모가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 산출의 근거로 삼은 3개의 연구보고서 작성자조차 '2000명 증원'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근거다.

지난달 7일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토론회'에서 연구자들은 중립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가 참고한 보고서는 여러 가정을 전제로 산출한 의사 수 추계 결과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의 여지가 있다는 게 당시 연구자들이 주장한 내용이다.

특히 정부가 말하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과 가장 근사하게 의사 수를 추계한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조차 당시 "(증원 규모) 속도조절에는 아쉬움이 있다"며 "의료 시장 상황에 따라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언론홍보위원장은 "의사 수 추계와 관련된 보고서는 현재 의료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걸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의료정책이 변화하면 추계를 새로 해야하는 것은 연구자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고, 추계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2~30년을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계획을 짜야하는 것"이라며 "단순하게 숫자로만 얘기할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와 함께 제3의 기구에서 과학적으로 적절한 의대 증원 규모를 재산출하자고 요구한다.

한편 정부의 입장 변화에도 의료계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공의뿐 아니라 의대 교수들까지 의료현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의과대학 교수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민법상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경과하면 자동 수리된다.

한 의과대학 교수는 "교수들 사이에선 사직서 수리가 되도 상관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경한 입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