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정부가 '사직 예정인 의대 교수 사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의대 교수 사직 행렬이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의사들은 마지막 보루인 '응급·중증·입원환자'에 대한 치료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진료·수술 변동 가능성에 환자들은 불안함을 느낀다.
◆ 의대 교수 '주 1회' 보이콧…필수의료과도 떠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의대 교수들을 오는 30일 개별적으로 하루 동안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 얼마나 많은 교수가 진료 중단에 동참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서 '주 1회 전원 휴진'에 대한 총회를 연 가운데 교수진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4.04.23 leemario@newspim.com |
총회에서 이같이 결정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 의대 비대위)조차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교수가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특정일을 정하고 조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진료 중단 참여 교수는 당일이 돼봐야 안다는 게 서울대 의대 비대위 측의 설명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필수의료과 교수들이 병원을 떠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 2기 수뇌부인 4명의 교수는 전날 부총장을 만나 사직 의사를 분명히 했고, 5월 1일부로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달 전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했을 당시인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민법상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경과하면 사직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의대 교수들은 계약 형태에 따라 민법보다 특별법이 우선시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비대위 수뇌부 중 한 명인 배우경 교수는 "사직이 유효하지 않는다면 무단 결근으로 인한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며 사직 효력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를 비롯해 이들 수뇌부 교수 4명의 진료과목은 흉부외과, 신경외과, 가정의학과로 모두 필수의료과에 속한다.
이들뿐 아니라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도 8월 31일부로 병원을 떠난다. 서울대병원 강희경·안요한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지난달 말 본인 진료실 문에 '사직 안내문'을 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4.04.01 choipix16@newspim.com |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소아 신장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과목이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유일의 소아 전용 투석실을 갖춘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이들 2명뿐이다.
'주 1회 휴진'은 전국적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전날 총회에서 다음 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주 1회 휴진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20개 대학 의대 교수가 속해있는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전날 비상총회를 열고 다음 주부터 각 대학별로 주 1회 휴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대표자로 참석한 20개 의대 교수 모두 가능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오는 26일 정기적으로 집단 휴진을 이어갈지 월례총회를 열고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교육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의대 교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 달리 교수들이 사직에 대한 강경한 뜻을 내비치면서 집단 사직과 진료 중단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 "환자 치료권 보장 안돼…답답한 심정"
당장 얼마나 많은 교수가 집단 휴진에 동참할지, 언제부터 진료를 중단할지 알 수 없는 환자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합의해 주길 바랐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환자들의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상 갑작스런 진료나 수술 취소로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도 환자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환자가 응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진료나 수술을 취소했다고 하면 의료법상 문제가 되는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법적으로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주 회장은 "법적 자문을 거쳐봤지만, 법적으로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며 "의료대란 이전에도 의사들은 세미나나 학술제 참여를 이유로 진료나 수술을 미뤘다. 정부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에 환자가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 법적 제도나 보호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서 이뤄진 상담 건수는 2468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신고서가 접수된 경우는 685건으로 수술지연(437건)과 진료차질(130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법률상담지원을 받은 경우는 276건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교수 집단 휴진과 관련해 환자들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민사로 (소송을 제기) 할 수 있고 의료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피해신고센터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대신 소송해 줄 순 없고 환자가 소송 제기하는 것을 지원해줄 수 있다"며 "대부분 소송을 안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 법률 지원해주는 케이스가 많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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