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와 반유대주의 논란이 미국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가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캠퍼스에서 자유로운 언론, 토론 및 차별 금지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하마스 전쟁 중지와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요구하는 대학가 시위대와 이를 반유대주의라고 규탄하는 입장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대학가 시위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나는 반유대주의 시위를 규탄한다"라면서도 "나는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규탄한다"라고 말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전면 공격을 지지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진보 및 청년층과 이슬람, 아랍계 유권자들이 최근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친 이스라엘 정책과 가자 지구에서의 막대한 주민 희생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극우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와의 조속한 휴전과 100만명의 난민이 피신해 있는 라파에 대한 대규모 지상전 자제를 요구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스라엘과 유대계 지지를 강조하면서 대학가의 친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더 강력한 대응을 해야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컬럼비아 대학을 직접 방문해 유대계 학생 등을 만난 뒤 이번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네마트 샤피크 총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도 "전국의 대학 캠퍼스에 벌어지고 있는 (친 팔레스타인 시위) 사태는 역겹고,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나라의 모든 지도자와 관료,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는 최근 샤피크 총장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반유대주의는 우리 학교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촉발됐다.
이 같은 발언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 지지 성향 학생들은 지난 18일 샤피크 총장실 앞 잔디밭에 수십 개의 텐트를 설치하며 기습 농성에 들어갔다.
학교 당국이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고, 시위 학생 100여명은 결국 경찰에 의해 연행돼 캠퍼스 밖으로 끌려나갔다.
하지만 이후 대학가 텐트 농성은 뉴욕대와 하버드, 예일대 등 동부 지역의 주요 대학은 물론 서부의 UC 버클리대 등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컬럼비아대 내부에서도 친 팔레스타인 시위와 학교측 대응을 놓고 찬반 논란과 갈등이 계속 이어지자 샤피크 총장은 지난 22일부터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지금 컬럼비아대가 문을 닫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샤피크 총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컬럼비아대가 용기를 내서 학교를 계속 열어야 한다. 학교를 닫는 것은 상대방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이 이겼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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