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감독원이 내달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최근 농협은행에서 연이어 금융 사고가 발생한 만큼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 등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이들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검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관련 검사에서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된 만큼, 이번 검사 결과를 토대로 농협중앙회를 정점에 둔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메스를 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 검사 결과 영업점 직원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확인됐다.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며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와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농협은행 다른 지점이나 다른 금융사 등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을 개연성도 확인됐다
B지점 직원의 경우 국내 금융업무에 익숙지 않은 귀화 외국인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하고 횡령했다. 금감원은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를 유발해 내부감사 시 적발된 적이 있었지만,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농협금융지주 본점. (사진=농협금융지주) |
금감원은 농협중앙회 출신 낙하산 직원이 은행 시군지부장으로서 관할 은행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해온 탓에 은행 내부통제 체계가 취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농협금융의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윤병운 현 NH투자증권 대표가 농협금융의 추천을 받아 내정됐는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가 반대 목소리를 내며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농협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이후 농협금융을 중앙회 산하 조직에서 독립시켰으나,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중앙회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농협금융 산하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계열사 7곳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14명 중 농협중앙회 경력이 있는 CEO는 12명에 달한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경영 전반과 지배구조 취약점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등에서 정하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관련 사항과 지배구조법에서 정하는 지배구조 관련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볼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서 계열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1일 간담회에서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구분돼 있지만 리스크가 명확히 구분되는가는 고민할 지점이 있다"며 "자칫 잘못 운영되면 금산분리 원칙, 지배구조법 규율체계가 흔들릴 수 있어 챙겨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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