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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병원을 막아라] ② 86% 수사 전 재산 빼돌려…수사에 11개월 소요

기사등록 : 2024-05-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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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내 종결된 사건 3.5% 그쳐
1698곳 중 96.3% 폐업해 재정 누수
정부, '면허 대여 약국'은 수사 제한
가담자 12%, 신규 개설기관 재진입

최근 사무장병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특별사법경찰관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법행위 차단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의료분야 특사경 제도의 필요성과 관련법 제정의 시급성을 짚어본다.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불법 개설기관인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 난립하면서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수사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고 수사기간이 1년 가까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수사가 늦어지는 사이 용의자들은 재산을 은닉하고 병원과 약국을 폐업한 뒤 숨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이 병원과 약국 등 기관을 신규 개설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불법적인 개설기관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경찰 수사, 평균 11개월…불법 개설기관 85.9% 수사 전 재산 은닉

불법 개설기관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운영 성과에 대한 귀속 여부다.

현행 불법개설기관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수사기관에 민원 신고를 받아 의심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 수사기관은 건보공단의 '불법개설 의심기관 감지시스템(BMS)'을 통해 분석한 동일 기관 근무 이력 분석 자료 등을 받는다.

수사기관이 자금흐름을 통해 불법 개설을 입증하면 건보공단은 불법 편취한 급여 비용을 환수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문제는 건보공단이 수사기관에 자료를 설명하고 경찰이 수사를 하는 동안 불법개설기관 가담자는 병원이나 약국을 폐업하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재산을 빼돌려 재정 환수를 막는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에 대한 평균 수사 기간은 평균 11.5개월로 약 1년이다. 4년 5개월까지 수사된 사례도 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개설기관 수사 소요 기간을 분석한 결과 6개월에서 1년이 41.6%로 가장 많았다. 3개월 이내 종결 건은 3.5%에 불과하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같은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를 운용한다. 특사경 제도는 전문적 지식이 정통한 행정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사법경찰이 직무수행이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보공단은 2019년부터 복지부가 운영하는 '불법개설의료기관 단속팀'에 건보공단 직원 2명을 파견해 지원한다. 그러나 복지부 특사경 제도의 담당자가 3명에 불과해 직접 수사가 어렵고 면허대여약국에 대한 수사권도 없다.

지자체 특사경 제도는 사무장 병원에만 국한돼 운영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시설안전, 식품·공중위생 등 18개 분야에 걸쳐 운영해 사무장 병원 수사에 대한 전문성은 부재하다.

복지부와 지자체, 경찰의 수사가 지체되는 동안 불법개설의료기관의 폐업은 계속 나타난다. 건보공단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1년까지 환수 결정된 1698곳 중 폐업한 기관은 1635곳으로 96.3%다. 미폐업 기관은 63개소(3.7%)다.

불법개설의료기관으로 의심돼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기간(환수 결정 이전) 동안 폐업한 기관은 1404곳(85.9%)이다. '환수결정 이후'에 폐업한 기관은 231곳(14.1%)다. 즉 불법개설기관 85.9%는 검찰에 송치되거나 법원으로 기소되는 등 수사 결과서를 받기 전에 폐업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계좌 등 자금흐름 파악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출석요구, 계좌추적권, 압수수색권, 참고인 진술 등 방법이 부재하다"며 "공범으로 추정되는 법인의 임원과 전직 직원 등에 대한 조사가 어렵고 개설·운영 과정의 직·간접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 형사처벌 받은 가담자 12%, 신규 개설기관에 재진입

불법개설기관이 끝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형사처벌을 받았던 가담자가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 신규 개설 기관을 설립해 재진입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의 '신규개설기관 및 기적발 가담자 근무기관 현황'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2년 8월간 병원급 이상 신규개설 의료기관은 506곳이다.

처벌을 받은 72명은 신규개설 의료기관 506곳 중 60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불법개설기관 재진입 비율은 11.9%다. 재진입 현황에 따르면 의과의사 31명, 일반인 20명, 한의사 9명, 방사선사 6명, 물리치료사 3명, 사회복지사 2명이다.

72명의 재진입 적발 횟수 현황에 따르면 1회 재진입한 가담자는 50명이다. 의사 27명, 일반인 7명, 한의사 7명, 방사선사 6명, 물리치료사 2명, 사회복지사 1명이 신규개설기관에 재진입했다. 2회 재진입을 한 가담자는 16명, 3회 3명, 4회 1명, 5회 2명이다.

2007년 요양병원에 명의대여자로 불법개설에 가담한 한 A 의사는 2021년도 다시 요양병원의 명의대여자로 불법개설 기관에 가담했다. 과거 사무장병원 적발 이력의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실운영자에게 수익금을 현금으로 출금해 지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B 씨는 2007년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해 사무장으로 일했다. 그는 2008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지만 과거 불법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형제와 공모해 다시 불법요양병원을 개설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의료법을 위반하는 사무장 병원은 근절돼야 하는 것이 맞다"며 "불법개설기관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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