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고려아연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가운데 최대 주주인 영풍이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영풍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결정에 대해 "자기주식 매입 후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지급 기준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 등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계획을 승인했다.
이와 관련 영풍은 취득한 자기주식을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할 것인지, 이사회 또는 소위원회가 임의로 정해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영풍 본사 [사진=영풍 홈페이지] 2024.05.03 yunyun@newspim.com |
영풍은 "스톡옵션은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고, 일정한 주주에게는 부여가 불가능하며 행사가액이 존재하는 등 법률상 통제가 가능하지만 '임직원 평가 보상용'으로 자기주식을 활용할 경우 이러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최근 국내 일부 기업이 총수 일가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형태로 자기주식을 지급하면서 특정 주주의 지분율 확대 및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RSU 형태의 자기주식 지급이 총수 일가의 지분율 확대 및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올해 1분기부터 대기업의 RSU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점 상으로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풍이 '신주 발행 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등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영풍은 "실제 고려아연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시장에서 매입해 13년 이상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6%를 2022년 LG화학, 한화 등과 맞교환 또는 매각해 상호주를 형성한 바 있다"며 "이는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목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다분하다"고 부연했다.
이번 결정을 내린 이사들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영풍은 "이번 고려아연의 신규 자기주식 매입 결정은 시장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이를 결정한 회사 이사들의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우려가 제기되는 이번 자사주 매입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회사의 자산을 활용해 특정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등에 악용될까 심히 우려된다"면서 "정부와 국회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이 이번 '임직원 평가 보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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