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에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모셔널이 지속된 적자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
지난 3일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에 1조2880억원을 추가 투입하며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체 유상증자 규모는 6630억원(현대차 3450억원·기아 1860억원·현대모비스 1320억원)으로,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지분율은 기존 50.0%에서 55.8%로 늘어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모두 6250억원(현대차 3250억원·기아 1750억원·현대모비스 1250억원)을 들여 앱티브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달 중 유상증자와 지분매입이 마무리 되면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지분은 총 66.8%로 늘어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앱티브는 경영 사정상 유상증자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모셔널 포함 자율주행 기업들 적자에 '속도조절'
자율주행은 기술, 안전 측면에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경기 침체로 투자 유지가 어려워진 완성차 업체들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포드와 폭스바겐이 2017년 총 36억 달러(약 4조8000억원)를 투자했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AI는 2022년 말 폐업했다. GM도 연이은 사고로 운행이 어려워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 투자를 올해 10억달러(약1조3000억원) 삭감하기로 했다. 애플 역시 10년을 투자했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모셔널이 자율주행 상용화를 연기하기로 했다는 부분도 이러한 어려움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일주일 가량 지난 이날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 등에 따르면 칼 이아그넴마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율주행 제품 상용화 계획을 연기하고, 직원 일부를 내보냈다"고 했다.
모셔널은 구체적인 기술 개발 연기 계획과 줄인 직원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셔널 브랜드 론칭 이미지 [사진=현대차] |
◆현대차 투자 변동 없을 듯…모셔널과 협력구도 강화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자율주행 투자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모셔널의 경우 2021년 5162억원의 당기순손실, 2022년에는 7517억원, 지난해에는 8037억의 순손실을 내며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하는 상황으로 경영난에 대한 사실을 현대차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며 모셔널과는 별개로 이미 자율주행 및 전동화에 대한 투자 계획이 잡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술력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68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모셔널이 자체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단기적인 수익을 확보하긴 어려운 상태인 것은 맞다"며 "저가형 전기차 패권이 중국 쪽으로 집중되는 시점에서 자율주행 시장 포지션 선점은 매우 중요하기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앱티브의 유상증자 포기에도 현대차가 단독으로 참여한 것은 자율주행 기술 투자에 대한 그룹사의 의지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율주행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는 올해 8월 자율주행 기술 'FSD'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서 창안자동차, 지리자동차, 상하이차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화웨이, 바이두 등 자국 정보기술(IT) 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유럽차 중에선 폭스바겐이 미래형 SUV ID.코드를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SW 자회사 카리아드를 통해 24억유로(약 3조5117억원)를 들여 중국 자동차 칩 개발사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는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고 모셔널은 자율주행 관련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력 구도를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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