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전력 인프라 확충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변압기와 전선 등을 만드는 국내 전선 업체들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구리값 상승으로 매출 증대 효과까지 발생하면서 올해 전선 업체들이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 변압기·전선 수출량 급증…구리값도 연초 대비 20% 상승
16일 한국무역협회의 통계 시스템 'K-sta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변압기 수출액은 5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압 케이블을 포함한 전선 수출도 6억76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45.7% 늘어났다. 변압기와 전선을 합친 수출액은 12억2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변압기 수출은 지난해부터 급격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변압기 수출액은 15억 달러로 전년 대비 84.1% 증가했다. 전선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45.7%로 급증하면서 본격적인 수출 확대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LS전선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직원이 구리 도체 생산설비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
여기에 구리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전선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 중이다. 통상적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제조단가가 상승해 제조사의 이익은 줄어들지만, 전선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이 있어 오히려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가격(현물)은 이날 기준 톤(t)당 1만124달러다. 지난 1월2일 8430달러이던 데 비해 20% 오른 것이다.
글로벌 전력망 확충 수요에 따른 전력 산업 호황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를 2020년 2350억달러에서 2030년 5320억달러, 2050년 6360억달러로 전망했다.
◆ LS전선, 올해 설비 분야 6915억원 투자…대한전선은 2027년까지 9900억원
이에 국내 전기 설비 업체들은 제품 생산 역량을 끌어올려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전선업계 '투톱'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LS전선은 올해 설비 분야에 691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설비 투자액(3733억원)보다 85% 증가한 규모다.
대한전선이 미국에서 케이블 포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
대한전선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제품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공장 증설, 국외 생산기기 구축 등에 9900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대한전선이 발표한 9900억원 투자액 중 무려 95%인 9400억원이 해저케이블 신규 공장 구축 및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46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2공장 등의 투자자금을 확보했다. 2공장은 2027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구리 수급 개선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전력망 확충에 따른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관련 산업에 진출해 이미 인프라를 확충하고 수주 경험을 쌓은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