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개발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속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AI반도체 성장과 맞물려 HBM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데다 제품 수요 역시 꾸준하게 뒷받침될 것으로 봐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7세대 HBM4E 기존 계획을 앞당겨 2026년 양산하기로 했다. 6세대(HBM4) 제품 양산은 물론 차차세대 제품의 생산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들이 HBM 시장에서 빠르게 기술을 추격하자, 차세대 HBM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뺏긴 삼성전자는 HBM3E 12단을 승부처로 보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을 오는 3분기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최근 10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제품이 현재 진행 중인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면, 3분기에는 납품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SK하이닉스 역시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양산 시점을 앞당겼다.
지난해말 SK하이닉스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3E 12단 제품에 대해 "올해 3분기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 인증을 거친 후 내년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달 초 SK하이닉스 이천캔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이에 대해 시기를 좀더 앞당긴 발언을 했다. 곽 사장은 HBM3E 12단 제품에 대해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이 가능하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HBM 기술을 두고 속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고성능 HBM 제품에 대한 고객사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엔디비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최태원 SK 회장은 "자기네 제품이 빨리 나오게 우리 R&D(연구개발)를 빨리 서두르라는 정도의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D램. [사진=삼성전자] |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왔고, 지난 3월엔 HBM3E 8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전세계 AI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 역시 그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을 HBM 제품 공급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 수요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내년에는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졌다.
또 HBM 판매단가는 2025년 5~10%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트랜드포스 관계자는 "2025년 주요 AI 솔루션 제공업체의 관점에서 볼 때 HBM 사양 요구 사항이 HBM3E로 크게 전환되고, 12단 제품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칩당 HBM의 용량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을 선점하고 치열한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이 많았지만 HBM은 삼성과 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군데 밖에 없다"면서 "세 기업 간 경쟁은 어쩔수 없지만 시장 자체가 워낙 커지고 있고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 수요도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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