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생성형 인공지능(AI) 혁명이 스마트폰 시장에도 돌풍을 일으킬 예정인 가운데, 온디바이스 AI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삼성은 희망이 보이는 반면,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애플은 당장은 패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15일(현지시각)자 심층 분석기사에서 그간 침체됐던 스마트폰 시장에 생성형 AI가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며, 갤럭시 S24출시로 'AI폰'을 밀고 있는 삼성의 전략이 먹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뚜렷한 AI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애플은 단기적으로는 패자가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갤럭시 S24에 탑재된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3세대'를 만든 퀄컴과 모바일 반도체를 설계하는 ARM이 스마트폰 AI 혁명의 필연적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4. [사진=삼성전자] |
◆ 삼성-구글,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촉매 기대
배런스는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눈에 띄는 차별성 없이 가격만 올라가는 신제품은 굳이 사지 않으려는 등 시장이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최근 '손 안의 AI'를 내세우며 갤럭시 S24를 출시한 삼성의 전략은 일단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출하량은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제는 반대라면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1억7000만대로 3.2%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침체를 극복하려면 스마트폰이 확실한 AI 혁신을 보여야 하는데,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적극 제시하고 있는 구글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 S24를 선보인 삼성은 일단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갤럭시 S24에 서클 투 터치(화면 내 원형 선택으로 즉각 관련 정보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 실시간 통역, AI기반 노트 및 포토 어시스트 등 인상적인 AI 기능들을 탑재했고, 구글도 AI 기능을 대거 추가해 '손 안의 AI'란 컨셉으로 스마트폰 '픽셀8A'를 최근 출시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 S24시리즈는 출시 후 첫 3주 동안 전 모델보다 8% 더 많이 팔렸고, 미국에서의 판매 성장세는 10% 중반대를 기록했다.
드류 블랙카드 삼성전자 미국법인 제품 관리 부사장은 배런스와의 인터뷰서 삼성이 S24시리즈 판매가 S23 대비 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출시 초반 성적에 일단 만족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은 갤럭시 AI 소프트웨어 사용자를 연말까지 1억명 넘는 수준으로 키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글도 15일 구글 연례 개발자회의(I/O)에서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음성 패턴에 적응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해석하는 AI 기능 등을 선보였다. 당시 행사서 사미어 사마트 구글 제품관리담당 부사장은 "지금의 AI시대는 스마트폰이 진정으로 똑똑해질 엄청난 기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배런스는 단기로는 애플이 모바일 AI 경쟁에서 패자가 될 수 있다면서, 자체 AI 로드맵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은 10% 가까이 감소한 반면 지난해 애플에 밀렸던 삼성은 1위를 탈환했다.
다만 애플이 오는 6월 10일 연례 개발자 회의(WWDC)를 여는 만큼 이 자리에서 나올 온디바이스 AI 관련 내용들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퀄컴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온디바이스 AI 수혜주, 퀄컴과 ARM
한편 매체는 아직 스마트폰 AI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거대 AI모델을 디바이스에서 돌리기 위해 파워풀한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며, 현재 업계 선두주자인 퀄컴과 ARM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 S24 울트라에도 사용된 스냅드래곤8 3세대를 만든 퀄컴은 일찌감치 업계 선두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메타플랫폼의 라마3 대규모 언어모델(LLM)에도 스냅드래곤이 활용되는 등 AI모델 개발기업들과 협력 중인 퀄컴은 2분기 핸드셋 매출이 전년 대비 1.2% 늘었고, 최신 스냅드래곤 칩은 올해 중 한 자릿수 후반 내지 두 자릿수 초반대의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예상 성장세 3%를 대폭 웃도는 성장 속도다.
베어드 기술 부문 전략가인 테드 모튼슨은 "퀄컴 로드맵이 베스트"라면서 "엔지니어링 역량이나 라이선스 부문서 퀄컴 대체 기업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AI 스마트폰 활용으로 수혜를 볼 또다른 기업은 반도체 설계기업 ARM으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성능 CPU인 ArmV9의 채택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ARM의 로열티 매출은 5억1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7% 늘었는데 ArmV9 매출 증가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미즈호증권은 ARM의 모바일 매출이 몇 년 동안은 연 30% 넘는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배런스는 AI스마트폰이 당장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고 스마트폰 업그레이드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으며, VR 헤드셋이나 웨어러블 장비 등 AI탑재 디바이스가 인기를 얻어 스마트폰 자체가 사라질 위험도 있으나 어떤 형태가 됐든 AI용 반도체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