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정기인사를 단행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투톱체제를 세운지 6개월 만에 반도체 사령탑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둔화됐던 어려운 사업 환경 속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마저 놓친 것에 대한 강도높은 쇄신 차원의 원포인트 인사라는 평이다.
◆DS부문장, 권오현·김기남 이어 다시 부회장급 조직으로
21일 삼성전자 인사를 통해 반도체를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오른 전영현 부회장(미래사업기획단장)은 삼성의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모두 성공시킨 주역이다.
2000년 삼성전자 D램개발실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2014년 사장에 올라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을 이끌었다. 2017년엔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에 집중했고, 빠르게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이에 2021년 삼성SDI 이사회 의장 및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2023년엔 삼성전자에서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의 단장자리에 올랐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곳이다.
이번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 자리로 옮기는 반면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 자리로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이에 삼성전자 DS부문은 2년반 만에 다시 부회장급 조직으로 격상돼 힘이 실리게 됐다.
경계현 사장 이전 DS부문은 권오현 전 부회장과 김기남 전 부회장이 수장으로 있으며 부회장급 조직으로 유지돼 왔다. 2011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7년간 권오현 전 부회장은 DS부문장을 역임했고, 이어 김기남 전 부회장은 2017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5년간 DS부문장 자리에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을 중심으로 기술 혁신과 조직의 분위기 쇄신을 통해 임직원이 각오를 새롭게 하고, 반도체의 기술 초격차와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계현 사장 경질성 인사? "비상경영 선포 일환"
반도체 수장이 갑자기 교체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일종의 강도높은 내부 쇄신의 일환으로 본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반도체 업황 둔화와 함께 15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냈다. 또 반도체 업황 둔화 속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증가와 맞물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지만, 수요 적기 대응에 실패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뺏겨 고전했다.
이에 작년말 정기인사에서 경계현 사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란 추측도 나왔지만, 오히려 DS부문장에 더해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까지 겸하게 되는 인사가 이뤄졌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결론적으로 HBM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차기 버전을 만들어 레벨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신뢰성 문제로 잘 나가는 느낌이 안난다"면서 "이재용 회장 입장에선 쇄신의 문제를 연말까지 끌고 갈 게 아니라는 판단이고, 비상경영 선포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사업기획단을 맡기로한 경계현 사장은 최근 반도체의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경계현 사장은 전기 대표이사, 전자 대표이사 겸 DS부문장을 맡았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전자 전자 관계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DS부문장 이외에 부문장 이하 사업부장 등에 대한 후속 인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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