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불특정 다수인이 드나드는 도매시장에서 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한 도매시장에서 농산물 하역원으로 근무하다가 2021년 12월경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치료를 받던 중 이듬해 1월 코로나19에 의한 폐렴과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이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A씨가 근무한 사업장(시장)은 상인·유통업자·소비자 등 불특정 다수인이 왕래하는 곳이어서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점 ▲당시 A씨의 사업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양상을 보였던 점 ▲A씨가 근무시간 외에는 대부분 자택에 머물렀고 사적 관계를 맺은 사람 중 감염자가 없었던 점 ▲A씨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차량으로 출·퇴근을 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도 "망인(A씨)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재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며 유족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는 감염된 사람의 비말을 통한 사람 간 전파이며 흡입, 접촉, 표면접촉 등으로 전파된다"며 "감염된 사람에게 호흡기 미세 비말(에어로졸)을 발생시키는 시술을 하는 경우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비말을 만드는 환경에 있는 경우 공기 전파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경로는 매우 다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특정 환자의 감염경로 및 원인을 단정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보건소의 심층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망인의 감염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확진된 당시는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보편화되고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어디에서든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A씨의 사업장 내에서 집단감염의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확진 전 A씨의 사업장 차량 입·출차시간에 따르면 A씨의 활동 내역과 이동경로가 불분명한 점, A씨가 대중교통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A씨에게 근무지 외에서의 감염을 의심할 만한 접촉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는 업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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