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교묘히 악용되고 있다. 보험회사 의료자문을 하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등 암 환자를 괴롭히는 일이 많다"
신수용 사회부 기자 |
최근 만난 환자단체 취재원들 대부분은 의료자문을 두고 고개를 저었다. '의료자문'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의료법에 규정한 병원 및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또는 이에 준하는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의료자문 기관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해당 환자의 담당 주치의 외에도 다른 종합병원 소속의 전문의를 통해 진단과 치료 과정에 대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이라 불린다.
이러한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을 내리는 병원 상당수가 보험회사에서 컨설팅 등 다양한 비용을 지원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해당 환자 주치의가 내린 의학적 판단과 상반된 결과도 나온다. A씨(55)는 유방암 4기 환자다. 그는 가슴에 칼을 댈 수밖에 없었지만 보험회사가 보험금 거절 사유로 내민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엔 "전신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쓰여있었다.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은 선택사항으로 환자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분쟁이 생긴다. 보험회사에서 가입자에게 서면으로 요청하는 의료자문 동의서엔 일반적인 의료 자문(주치의 등)과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의료자문으로 묶어 동의를 받기도 한다. 선택사항임을 환자에게 고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A씨는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금을 받으려면 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서명을 하게 했다"며 "보험회사에서 담당 주치의에게 직접 묻지도 않고 다른 병원에서 의사에게 의료자문을 받았는데, 수개월간 2000만원이 넘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10년 넘게 해당 회사의 보험에 가입해 지금도 보험료를 납부한다.
금융감독원과 보험협회의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안'은 "보험회사는 의료자문 결과만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연해선 아니 되며 보험계약자 등이 제출한 의료기록 등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보험금 지급 심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택적 의료자문인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에 대한 동의 여부와 그 결과가 보험금 지급 거절·지연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지만,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험회사는 "내부 검토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암 환자는 소송도 어렵다. 소송 비용이나 긴 재판 기간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치료비로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고 겪는 암 환자들에겐 보험회사와 분쟁은 큰 정신적·신체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은 60대 환자 B씨는 3개월간 보험회사와 분쟁 끝에 보험금을 받았지만, 수령한 지 6주 만에 눈을 감았다. 말기 육종암 환자 C씨는 70대 고령자다. 그는 임종 전까지 1년 이상 보험회사와 분쟁을 겪었다. 거절된 보험금 900여만원 중 500만원이 넘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한 암 환자는 "의료자문으로 분쟁을 겪으며 화병을 얻는다. 우리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손해사정사 D씨는 "의료자문을 시행하는 절차에 대한 행정적 처벌이 강화되야 한다"며 "'제3의료기관 의료판정' 서류에 환자가 겪을 수 있는 불이익 등 어떤 결과가 있을지에 대한 설명이나 관련 문구를 숨김없이 명확히 표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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