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김정인 기자 =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임원 주말 출근, 반도체 사업부 수장 교체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 회사 위기에 대해 경영진과 노조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29일 전삼노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와의 대화 의지가 없다며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처음 시도하는 파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긴 어렵겠지만 단계를 밟아 총파업으로 가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며 "본교섭에서 노조가 가장 원하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노조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29 choipix16@newspim.com |
전삼노는 다음달 7일 일제히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약 2만8400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 가량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69년 삼성전자 상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삼성전자는 2019년 처음으로 노조가 출범했다. 전삼노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교섭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진 적은 없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를 거치며 대규모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임원들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정기인사 6개월 만에 반도체 사업수장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전격 교체하며 강도 높은 조직 쇄신에 돌입했다. 또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임원들은 주6일 출근으로 주말에도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위기를 강조하는 회사 분위기에 대해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회사는 지난 10년간 위기라고 이야기 했고, 현재 회사 상황을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며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보상을 해달하는 것이며, 일한 만큼 보상을 못 받고 있어 직원 사기가 떨어지는 것 자체가 위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돌입 등 회사와 각을 세우는 가운데, DS부문장으로 올라선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와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현재 전삼노에는 DS부문 직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으로 SK하이닉스에 밀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을 되찾아야 하고,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내실을 단단하게 다져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 과제로 노사문제 해결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제 막 노사관계 발걸음을 뗐고, 노사 관련 영역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해 보지 않았던 영역인 만큼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노조는 탄생했고, 노사 양측이 어떻게 접합점을 찾아갈진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