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신약 공동 연구 개발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신약 개발 특성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는 대원제약과 소화성 궤양용제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 신약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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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에 따라 대원제약은 유노비아가 보유한 P-CAB 신약 후보물질 ID120040002와 관련한 임상개발을 수행하고 해당 물질에 대한 허가 추진 및 제조·판매 등에 나선다.
유노비아는 대원제약으로부터 계약금과 로열티 등을 수령하며 향후 ID120040002 허가 취득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 받아 동일 성분의 이종 상표 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에 앞서 일동제약의 또 다른 신약 개발 전문 관계사인 아이디언스는 동아에스티와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Venadaparib)과의 병용투여에 관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250억원을 투자해 아이디언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회사의 신약 후보 물질과 베나다파립을 병용투여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베나다파립은 '파프(PARP)' 저해 기전을 가진 표적 치료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아이디언스는 위암, 유방암, 난소암, 파프저해제 내성암 등을 타깃으로 임상개발 작업을 추진 중이며 임상 1상 결과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전통 제약사 간의 협력은 자본력과 연구 인력 등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약물 개발에 성공했을 시 시장 점유율 확보 또한 수월할 것이란 관측이다.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이 손을 잡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동국제약은 최근 면역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 샤페론과 염증복합제 억제제를 이용한 '인플라메이징' 제품 개발에 대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동국제약의 메디컬 에스테틱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샤페론의 면역매개 염증에 대한 기초과학 역량을 바탕으로, 보건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항노화 및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피부문제 주사용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국내 바이오 벤처인 사이러스 테라퓨틱스, 카나프테라퓨틱스와 SOS1 저해 기전의 항암제 후보물질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확보했다. 제2, 3의 렉라자를 찾고자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이러스는 의약화학 기반기술을 통해 표적 항암제와 표적단백질 분해제를 개발하고 있고, 카나프는 약물 융합기술 기반 항암 및 자가면역 분야 차세대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양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비임상 후보물질을 발굴했으며, 2025년 하반기까지 SOS1 저해제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목표로 비임상 연구를 진행한다.
전문 분야에 대한 강점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치는 곳들도 눈에 띈다.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와 ADC(항체약물접합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연결부인 '링커'(Linker)로 결합해 원하는 부위의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항암 기술이다. 효능이 높고 약물 독성은 낮아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ADC 신약 개발은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ADC 기전의 신약 후보 물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공동 개발을 통해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제약사들도 있다.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공동 연구 중인 파브리병 신약 'LA-GLA'(코드명 HM15421·GC1134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됐다.
희귀의약품에 지정되면 신약 허가 심사비가 면제되고 세금 감면, 독점권 인정 등의 혜택 등을 누릴 수 있어 약물 상용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이 각 사의 강점을 살려 신약을 공동 연구 개발하는 전략이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개발 특성상 부담을 덜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 개발을 타진하거나 실제 계약을 성사하는 곳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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