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약 2조5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개발·실증을 추진한다.
또 내년까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의 표준 설계를 마치고, 오는 2030년대 글로벌 SMR 시장 진입을 목표로 사업화를 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4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4.06.04 rang@newspim.com |
최근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산업의 빠른 성장은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중요성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안전성 등이 뛰어난 차세대 원자로는 발전 부문뿐만 아니라 산업·수송 등 모든 에너지 이용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세계 각국의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를 위한 준비는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추진방안을 바탕으로 민간과 함께 차세대 원자로 조기 개발을 추진해 세계 차세대 원자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2030년 글로벌 SMR 시장 진입 목표…2.5조 대형 프로젝트 'K-ARDP' 가동
추진방안에 담긴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정부는 i-SMR의 핵심 기술을 신속 확보해 내년까지 표준 설계를 완료하고, 2030년대 글로벌 SMR 시장 진입을 목표로 국내외 사업화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i-SMR 홀딩스(가칭)' 등 사업화 기관을 설립하고, 지식재산권 관리 방안 등 사업화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
또 기술 개발 목표와 달성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로드맵을 올 하반기에 수립·발표한다. 로드맵에서는 경쟁력과 파급성, 상용화 가능성 등을 종합해 지원할 노형을 선정한다. 민관 역할 분담과 인허가 대응방안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자료=두산에너빌리티] |
다음으로 정부는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 도입을 추진한다. K-ARDP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 역량을 보유한 민간 기업을 육성하고, 민관 합동으로 기술 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기술 수준에 따른 실증 시기를 고려해 약 4~5년 내 건설허가 신청이 가능한 '단기 실증 유형'과 초기 핵심 기술 확보가 필요한 '중장기 전략 유형'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더해 단기·중장기 유형에 공통 적용되는 '실증 신속화 지원'도 추진한다.
정부는 기술 개발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안전 규제 체계 마련에도 주력한다. i-SMR에 적용되는 혁신기술의 안정성 확인을 위해 표준 설계 인가 신청 전까지 규제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비경수형 원자로에 대해서도 2030년대 초까지 안전 규제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아울러 차세대 원자로의 적기 인허가 심사 이행을 위한 규제인력 확충·양성도 추진한다.
◆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방점…연내 '차세대 원자력 인력 양성 계획' 마련
정부는 전략적인 국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추진방안에 담았다. 차세대 원자로에 대한 공백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영국 등과 상호 보유한 강점 기술을 공유하고, 보유 연구시설을 활용하는 등 국제공동연구 사업을 진행한다.
또 차세대 원자로 실증과 핵연료 공급 등의 분야에서도 해외 연구소와 기업 간 전략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국내 실증 사업에 해외 기업 참여를 허용하거나 해외 개발·실증 사업에 국내 연구소와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구축한 i-SMR의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2023.11.27 biggerthanseoul@newspim.com |
차세대 원자력을 위한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에도 초점을 맞춘다. 차세대 원자력 신속 상용화를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핵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안에 '차세대 원자로 연구조합'을 설립해 민간 주도로 상용화를 촉진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차세대 원자력 분야 인력 수요·공급 전망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에 '차세대 원자력 인력 양성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전문인력 양성센터 확대 등을 추진한다.
산업부는 이번 추진방안에 대해 향후 차세대 원자력 사업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원자로 설계·기자재 공급·제작·시공 등을 추진하게 돼 민간 영역이 크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차세대 원자력을 통해 전력 공급뿐만 아니라 열 공급과 수소 생산, 신재생에너지 연계, 해양·우주 등 다양한 부문에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차세대 원자력은 인공지능 산업과 화학산업, 조선·해양산업 등 국내 산업과 함께 가야 할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며 "정부가 체계적인 정책과 안정적인 재원으로 뒤에서 밀고 민간이 앞에서 당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과 K-ARDP 도입, 규제체계 적기 마련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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