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최근 원인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이 발병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사료제조시설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펫푸드 안전성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농식품부는 사료제조시설 기준과 자가품질검사 주기를 완화하는 사료관리법 시행규직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입법예고했다.
사료산업 발전을 위해 수분 14% 이하로 제조된 남은 음식물 사료를 재가공하는 경우 가열·건조·냉각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제조업 등록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준 것이다.
현행법은 사료를 단미사료, 배합사료 등 성분 배합을 기준으로 나누고 있다. 반려동물 사료는 주로 배합사료로 단미사료를 주원료로 삼는다.
문제는 현재 사료관리법은 가축용 사료를 제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제정돼 반려동물 사료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이번 개정으로 반려동물 사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양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4.06.10 plum@newspim.com |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남은 음식물 사료의 취약점은 세균이 번식하기에 좋다는 것"이라며 "안전성 면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냉각처리인데 농식품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100℃ 이상으로 30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며 "수분이 14% 이하라고 해서 가열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이번 개정안이 반려동물 사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분 14% 이하로 제조된 남은 음식물 사료를 반려동물에 급여하는 배합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업체에서 해당 사항을 표기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모른 채 사료를 구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지난 3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라이프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피해 가정은 339가구, 피해 고양이는 550두, 사망 고양이는 208두에 이른다.
동물보호단체와 피해 가정에서는 사망 고양이 대부분이 특정 공장에서 OEM으로 생산한 사료를 섭취한 후 증상이 생겼다며 사료를 발병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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