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북한이 살포한 오물풍선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잇달아 발견되고 국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북전단 제지와 관련된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데다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여건이 성립되지 않아 이를 막을 명분이 없고 실제 제지를 위해서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오물풍선'을 날리는 것과 관련해 실질적인 위협이 있어야 대북전단 살포 제지가 가능하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에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 제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오물풍선이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가 명확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판례에서도 2014년 10월,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이 민간인통제구역에서 고사포를 발사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 위협을 초래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경찰이 제지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며 "제지를 안한다가 아니고 일련의 경과 보면서 판단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군 장병 및 경찰이 9일 오전 서울 은평구 한 주택가에 떨어진 북한 대남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2024.06.09 choipix16@newspim.com |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에는 대북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규정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위헌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나친 형벌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현재는 직무집행법을 근거로 북한의 오물풍선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되는 경우에 대북전단 살포 등을 제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무집행법 5조 1항에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적인 공백등으로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에 대한 제지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증가하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서모(32) 씨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오물풍선으로 불안만 커지는 상황인만큼 정부가 대북전단에 대해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오모(40) 씨는 "지금은 오물에 그치고 있지만 독극물 등이 실려서 올 수도 있고 공격에 이용될 수 있는데도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대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북전단 살포 제지 등과 관련해서는 위헌 판단을 받은데다 실제 현장 경찰들이 명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북전단 살포는 헌재에서 남북관계기본법 위헌 결정 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제지할 수 있고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서 위협 정도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만큼 정부 등과 논의를 거쳐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대북전단 사안이 치안문제나 범죄예방의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안보 관련 사안인만큼 경찰뿐 아니라 국회에서 입법 보완이나 군과 정보기관 등 정부와 관계당국에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이 대북전단을 제지할 근거도 마땅치 않은데다 정치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대북전단이나 오물풍선 문제는 치안 문제에서 나아가 국가안보 사안인만큼 경찰과 군, 안보기관 등과 원활한 공조 및 연계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현행법상 북한의 고사포 발사 등 실질적인 위협이 있을시 대북전단 제지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헌재 결정 이후 보완 입법을 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인만큼 조속히 나서야 하고, 정부도 민간단체에 자제를 권고하거나 긴장해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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