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쿠팡이 자체브랜드(PB) 상품 검색 방식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추천순' 알고리즘에 대한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부분 자체 추천순에 따른 검색 결과를 노출하고 있다. 상품의 판매량이나 검색 정확도 등 정량적인 지표도 있지만, 광고구매, 광고 입찰가, 상품 경쟁력 등 명확히 정량화하기 어려운 지표도 기준에 포함돼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추천순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다. 업계는 쿠팡이 적시된 기준과 별도로 자사 임직원을 동원한 리뷰 조작을 해 이번 문제가 발발한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광고 입찰가·자사 제품 등 가산점 붙어…다 다른 '추천순' 기준
각 사마다 저마다 다른 추천순 기준이 표시돼 있다. 추천순 옆 물음표 표시를 클릭하면 기준을 볼 수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티몬, 컬리, 쿠팡, 11번가. [사진=티몬,컬리,쿠팡,11번가 캡쳐] |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계는 대부분 저마다 다른 '추천순' 기준에 따라 제품을 정렬하고 있다. 쓱닷컴의 경우 상품의 판매량과 정확도 등을 점수화했고 컬리는 검색어 적합성과 가격 혜택, 소비자 인기도(판매량, 판매금액, 조회수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판매량, 인기도 등 정량화될 수 있는 지표 외의 기준을 포함한 곳도 많다. 11번가는 "광고구매, 판매실적, 검색정확도 점수를 기준으로 정렬했다"면서도 "11번가 자사 상품 우선 노출 로직을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티몬도 판매실적, 검색정확도 외 스마트애드 광고 입찰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쿠팡의 경우에도 문제가 된 쿠팡랭킹순에 '판매실적, 고객선호도, 상품경쟁력 및 검색 정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 이밖에 추가적인 요소가 수시로 반영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의 경우 '추천순' 로직 아래에선 정확한 판매 진열 방식을 알 수 없다. 보통 소비자들은 검색 후 제품 최상단에 위치한 제품이 가장 인기있는 물건이라고 인식하지만, 각 사 정책에 따르면 해당 제품이 이커머스 업계 측에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불할 경우에도 최상단에 위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인위적으로 추천을 하는 것에 대한 제재는 따로 없다"며 "각사마다 기준을 다르게 설정했는데, 고객이나 판매자들에게는 이를 투명하게 밝혀야 되는게 맞고, 적시된 추천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제품 정렬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뷰, 댓글은 알고리즘 포함 안해…쿠팡과 다르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스핌DB] |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쿠팡이 '추천순'에 적시된 것과 별개로 리뷰조작 등을 통해 자사 제품을 상단에 띄우는 '소비자 기만행위'를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추천순 알고리즘을 기술팀에 물어보니, 쿠팡과 다르게 리뷰나 댓글을 추천순 알고리즘에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라며 "리뷰는 참고할 뿐, 보통 추천순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임직원 외에 납품업체 직원도 동원했다고 했는데, 자기 업체 물건에 호의적인 댓글을 달아 실제 나쁜 제품도 좋게 써서 상단에 올렸다는 것이 문제"라며 "그런 관행은 업계에서 자행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쿠팡 측은 "임직원 리뷰 조작은 없었으며 모든 PB 상품 리뷰를 진솔하고 객관적으로 작성했다"며 "임직원 체험단 리뷰 아래 "쿠팡 및 쿠팡의 계열회사 직원이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라고 명확히 적시했고, 별점 1점을 부여한 직원에게도 어떠한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PB 상품 진열도 마찬가지 기준에 따라 운영됐기 때문에 위법이 될 것이 없으며, 따라서 추후 변동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추후 PB 상품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PB 상품이나 직매입 상품 비율이 높아 이에 대한 판매량이 줄어들 경우 동시에 재고 부담도 크게 늘어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마다 직매입 등 구조가 달라 동일하게 비교하기 어렵지만 쿠팡의 경우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