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음주 상태로 지인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차량 소유자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현대해상이 차량 소유주 허 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 패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허씨는 2019년 10월 23일 밤 10시경 게임 동호회에서 알게된 지인인 유 모씨의 서울 서초구 주거지 앞에 본인 소유의 자동차를 주차한 뒤, 유씨와 술을 마시고 유씨 주거지에서 잠이 들었다.
유씨는 허씨가 자고 있는 틈을 타 다음날 오전 술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후진하던 중 뒤쪽에서 걸어오던 A씨를 다치게 했다.
A씨는 이 사고로 약 1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우측 발목 골절 상해를 입었고, 현대해상에 무보험차상해 담보에 따른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현대해상은 A씨에게 2019년 12월~2022년 1월 합계 1억4627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한 뒤, 허씨를 상대로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에 나섰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상고심 쟁점은 지인이 몰래 자신의 자동차를 운전했을 때 차량 소유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현대해상이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로 판결이 뒤집어졌다.
2심 재판부는 "(허씨는) '자신과 비슷한 양의 술을 마신 (유씨가) 그로부터 약 6~7시간 후에 몰래 (허씨) 차량의 열쇠를 가지고 나가 (허씨) 차량을 운전한다는 것'을 예상하거나 인식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현대해상 패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유씨의 무단운행에 대한 허씨의 허락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은 "만약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유씨의) 무단운행에 대하여 피고(허씨)가 사후에 승낙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은 또 허씨가 사고 이후 유씨로부터 자동차 수리비 및 합의금 1230만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해줬지만, 사고 발생 약 3년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유씨를 절도, 자동차 등 불법사용 혐의로 고소한 점을 지목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허씨가 유씨를 뒤늦게 고소한 배경에 대해 "합의 내용과 전혀 다른 거액의 구상금 채무를 부담할 상황에 처하게 되자,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과 동일한 취지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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