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제공 제도를 악용해 물품을 허위로 구입했다고 속여 대출금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사 대표들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66)와 B씨(62)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이들은 연체된 대출금을 변제하기 위해 실제 물품 거래 없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구매자금대출을 받기로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구매자금대출 제도는 기업이 물품을 구매할 때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하고 구매 자금을 납품 기업에 직접 지급한 후, 대출금을 구매 기업이 금융기관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자금 지원 제도다.
냉난방설비업체 C사의 대표였던 A씨는 지난 2014년 4월 기존에 대출받았던 8억 5000만원의 상환이 연체되어 금융거래가 정지될 위기에 처했다.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려 급한 불을 끈 A씨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업체 D사의 대표이자 C사의 지배인인 B씨와 짜고 구매자금대출 제도를 악용할 계획을 세웠다. 구매자금대출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대출원금의 85%를 대위 변제한다는 점을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C사가 D사로부터 6억 6000만원의 물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허위로 구매자금대출을 신청했다. 이를 통해 받은 대출금 중 6억 2000만 원은 사채업자에게 갚았고, 3000만 원은 C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C사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자 신용보증기금은 2014년 10월 29일 D사에게 대출금의 85%인 5억 6000만원 상당을 대신 변제하게 됐다. B씨는 대위 변제가 이루어진 이틀 후인 31일 C사의 대표로 취임했다.
재판부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기업구매자금대출 제도나 기업활동 지원을 위한 보증제공 제도를 악용했다"며 "신용보증기금의 손실이 결국 다른 건전한 기업활동 지원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받은 대출금은 대부분 기존 대출 채무 변제에 사용됐고, 나머지 금액도 회사 운영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보증기금이 강제집행 등의 방법으로 약 3억 7000만원을 회수하여 일부 피해 복구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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