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장소로 지목된 카페 주인이 해당 의혹을 보도한 유튜브 채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언론의 역할을 다한 것으로, 손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송승우 부장판사)는 12일 카페 업주 A씨 부부가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전 대표와 열린공감TV 등 5명을 상대로 제기한 동영상 삭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A씨 측은 "피고들은 술자리가 이 사건 주점에서 열리지 않았음에도 술자리 장소로 이 사건 주점을 지목함으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하며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로 인해 주점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그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만약 술자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장소는 이 사건 주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며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 사건 술자리가 실제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 사건 주점의 업주가 과거 연예인이었다는 점, 해당 주점에서 유력 정치인과 재벌 회장을 본 적 있어 일반 대중은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취지의 제보자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만약 술자리가 있었다면 그 장소는 이 사건 주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사건 방송은 대통령과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이 사건 술자리가 있었던 시각의 행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방점이 있었다"며 "언론인에게는 일반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고, 검사 출신의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특정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은 그러한 알 권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도 원고들이 경찰에 제공했다는 CCTV의 조사결과는 알려지지 않았고, 이 사건 술자리에 관한 수사도 종결되지 않았다. 신속하고 명쾌하게 경찰이 수사결과를 내놓거나 대통령과 당시 법무부장관이 해명한다면 이 사건 전제사실에 관한 사회적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며 "이 사건 방송으로 원고가 입은 피해에 관해 피고들의 도의적 책임을 넘어 법적 책임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유사 언론의 '마녀사냥' 식 보도에 재판부가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 보호의 책무를 방기한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후 조만간 항소 여부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30명 등이 지난 2022년 7월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으로, 같은 해 10월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언급하며 처음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첼리스트 B씨가 전 남자친구에게 술자리 상황을 설명하는 통화 음성파일을 공개하며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달 시민언론 더탐사는 '첼리스트가 털어놓은 새벽 3시 술통령과 한동훈의 진실 "청담동 바를 다 빌렸어. 윤석열, 한동훈도 왔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고 A씨의 카페를 모임 장소로 지목했다.
이후 첼리스트 B씨가 경찰 조사에서 남자친구에게 늦은 귀가 이유를 둘러대려 거짓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의혹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A씨 측은 이 사건 방송으로 명예가 훼손되고 가게 매출이 감소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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