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삼성이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옛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재가입한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한경협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삼성을 포함해 한경협에 재가입한 4대그룹이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정기회의에선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이 다뤄졌다. 삼성 4개 계열사가 한경협에 재가입한 지 11개월이 지난 시점에 한경협 회비 납부 안건을 정식으로 논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관련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한경협의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였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회의가 끝난 후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은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변화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한 취지였는데, 과연 지금 현재 상황이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면서 "한경협 스스로가 한번 검토해 봐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경협은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삼성 주요 4개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은 지난해 8월 한경협에 재가입했다. 당시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의 한경협 재가입과 관련해 "만약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이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검토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SK, 현대차, LG 등도 삼성을 따라 한경협에 재가입했다.
4대그룹의 재가입으로 경제단체로서 재도약의 발판을 찾은 한경협은 이후 포스코홀딩스, 아모레퍼시픽, 매일유업 등 20개 기업을 정식 회원사로 유치하며 회원사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정작 재가입한 4대그룹이 회비를 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으며 경제단체로서 위상 회복은 반쪽짜리에 그쳤다. 2016년 기준 전경련 회비 수익의 70%는 4대그룹이 부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경협은 지난 3월 4대그룹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삼성 준법위가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경협은 이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또 다른 수를 고민해야 할 입장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4대그룹은 삼성이 먼저 총대를 메고 함께 움직이는데, 한경협 회비 납부 역시 다른 그룹사들이 삼성의 스탠스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삼성 입장에선 지난 정권에서의 음지적 모습 때문에 전경련 가입을 안하려고 했었는데, 그 고리가 남았는지 안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회비 납부를 결정 짓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진 한경협 회장은 지난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대그룹의 회비 납부 가능성에 대해 "시간은 걸리겠지만 좋은 소식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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