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4-07-22 17:13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시대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가 인도 뉴델리에서 21일(현지시간) 시작됐다.
WHC는 이번 회의에서 사도광산을 포함한 신규 등재 안건 28건을 심사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사도광산은 14번째 안건이어서 27일쯤 심사 결과가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네스코의 전문가 그룹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달 사도광산에 대한 최종심사에서 등재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권고 사항을 붙여 '보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일본은 이에 이코모스의 핵심권고 사항을 받아들여 이번 회의에서 등재를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이코모스가 한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설비 등을 갖출 것"을 권고한 '부대권고 사항'은 무시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사도 광산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한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물밑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양측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만약 위령시설이 설치된다면 전체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위령시설 설치에 합의한다고 해도 언제, 어디에, 어떤 문안으로 위령시설을 만들 것인지 디테일한 부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로 널리 알려진 하시마 탄광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함께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수년이 지난 뒤에 하시마 탄광 부지가 아닌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으며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 사실도 부인하는 등 사실상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역사적 완전성에 대한 약속을 받더라도 즉각 시행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open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