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이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과 장거리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먼거리에서 이를 원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더타임스는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영국과 독일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영국 측이 사거리가 약 2000 마일(약 3200㎞)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함께 개발하자는 뜻을 독일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존 힐리 장관과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지난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두 나라간 안보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회담 직후엔 양국간 안보 협력 강화, 방산과 조달 등 분야에서 상호 협조 등의 내용이 주목을 받았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이 제시한 구상은 두 나라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후 이를 독일에 배치, 오는 2026년부터 독일에 배치될 미국의 미사일을 대체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 미사일이 방어하고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유럽이 장거리 미사일을 자체 개발해 배치한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약 1600㎞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이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미국과 별도 성명을 통해 2년 후부터 독일에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는 "양국은 오는 2026년부터 독일에 다영역 태스크포스(TF) 장거리 화력 능력을 일시적으로 배치하기로 합의했다"며 "무기엔 SM-6, 토마호크 및 개발 중인 극초음속 무기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유럽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 중에 유럽형 장거리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입장에서 독일과의 장거리 미사일 프로젝트 추진은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부족했던 미사일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영국이 현재 보유한 미사일 중 가장 사거리가 긴 것은 스톰 섀도우로 공개된 사거리는 150마일(240㎞)에 불과하다. 영국이 갖는 국제적 위상에 비해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또한 독일과 안보 협력은 이달 초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영국 노동당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핵심 고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영국과 독일이 어떤 방식으로 미사일을 개발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국 국방부 관계자는 "장거리 타격 능력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합의되지 않았고, 영국이 양자 파트너십과 다자 파트너십 중에 어떤 것을 추진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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