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대통령실을 통해 검찰에 회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탁금지법상 대통령의 신고 의무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가 윤 대통령과의 '직무관련성'이 있는지가 쟁점 사안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김 여사 사건을 종결 처리한 바 있지만, 일각에선 대통령의 관할 업무 범위는 포괄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뉴스핌] 이호형 기자 =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차 출국하는 김건희 여사. 2024.06.10 leemario@newspim.com |
◆ 금품수수, 대통령 '셀프 신고' 의견 분분…입법 공백 메워야
3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는 대통령과 같은 기관장이 자신 혹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인지했을 경우 제3자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소속기관장이나 감독기관 등에 서면으로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지체없이 반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스스로가 기관장이기 때문에 본인이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인지한 시점이 곧 신고 시점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같은 '셀프 신고' 논란을 두고 법조계는 대통령을 비롯한 기관장이 자신 이외 신고할 수 있는 제3의 '소속기관장이나 감독기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경우 기관장들이 신고할 수 있는 담당관이 지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용산 대통령실도 따로 지정하게 돼 있을 텐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권익위원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등 아예 명시할 필요가 있다. 입법 공백 부분이 드러났으니 이번 사안을 계기로 해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대통령실의 기관장이 대통령 본인이라서 신고를 아예 안 해도 된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언제 어떤 경위로 무엇을 어떻게 받았는지 등은 적어도 남겨 놨어야 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반면, 청탁금지법 자체에 모순된 점이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중 대부분은 다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것들이다. 형법에서 뇌물죄로 다 정리가 되는 것들인데 그 중 일부 청탁 없이 공무원이 돈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았을 경우만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하는 것"이라며 "청탁금지법은 사실 과잉 입법에 가깝고 공무원의 자위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입법 미비라고 하기는 좀 어렵다"고 짚었다.
[서울=뉴스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4.07.11 photo@newspim.com |
◆ "국정 최고 지도자 문제…직무관련성 포괄적으로 봐야"
권익위원회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사건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고 ▲직무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더 나아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기록물이라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 청탁금지법상 윤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가 발생하려면 윤 대통령 직무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 간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놓고 김 여사와 최재영 목사 측 입장은 상반되고 있다.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최 목사가 대통령실 행정관에게 전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국립묘지 안장 요청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있는 청탁을 전달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한 셈이다.
반면 최 목사 측은 "김 여사를 만날 때부터 자신을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하며 대북정책에 대해 자문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며 "이런 일들은 대통령 직무와 연결이 되는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국정 최고 지도자의 배우자 문제인 만큼 직무관련성을 포괄적이고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변호사는 "최 목사가 단지 김 여사만 보고 (가방을) 준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영부인이라는, 모든 것을 통할하는 공직자의 배우자라는 지위가 있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관할하는 업무 범위라는 건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직무관련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이어 "청탁금지법에 머물 게 아니라 알선수재 혐의까지 들여다봐야 된다"며 "수사 의지가 있고, 성역이 아니라면 그 부분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포괄적 뇌물죄' 적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무원의 경우 직무 범위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최 변호사는 "김 여사와 최 목사 측이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증거가 부족해서 확인 안 된 것들 이 있으니 권익위에선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순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 포괄적 뇌물죄에 대한 이야기가 있듯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일반 구청 직원과는 다르게 포괄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