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2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을 찾아 총파업 국면을 직접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전삼노는 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총파업 25일째…막판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요구로 최종 결렬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측은 아직까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경영자들은 여전히 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조합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회장은 본인이 이야기한 '무노조 경영 폐기'의 약속을 꼭 지키기를 바란다. 또 이번 총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히기를 간곡히 전달한다"고 말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지난달 29~31일 사측과 사흘간 집중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근무 조건과 성과급 산정 시 노조 의견 수렴 등 여러 사항에서 견해차를 좁혔지만, 전삼노가 막판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요구한 데 대해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최종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사측이 여가포인트(웰스토리)에서 패밀리넷 포인트로는 절충하는 듯했지만, 50만원과 200만원의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며 "우리는 그거(패밀리넷 포인트 200만원)라도 준다면 일선으로 돌아가 일할 각오도 했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물량 대응 문제 없다" vs 전삼노 "필름 공정 문제 생겨"
삼성전자는 전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고객 물량 대응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며 "파업이 지속되더라도 경영과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를 강력 반박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은 당장 타격이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은 모르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확인하기로는 반도체 공정 중 필름 공정에서 문제가 생겨 웨이퍼 1000랏(lot)이 대기 중"이라고 주장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정인 기자] |
이어 "상식적으로 수천명 조합원이 파업했는데 생산 차질이 없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중요한 검사를 하지 않고 넘기는 과정이 많이 확인되는데, 하나라도 불량이 확인되면 (제품을) 전부 재검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노조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삼노는 오는 5일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만료되기 때문에 쟁의권을 잃어 합법적인 파업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전삼노는 기타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4노조)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다른 노조가 교섭권을 요구할 경우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전삼노는 오는 5일 국회에서 추가 기자회견을 연다. 전삼노는 "이번 전삼노가 쏘아올린 총파업이라는 작은 공이 불씨가 되어 삼성전자, 국내 내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시민 사회단체, 인권 단체, 학계, 법조계, 국회 등 우리와 함께 싸워줄 수 있는 더 큰 연대를 통해 사측과 맞서 싸우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