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성장이 멈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청년이 떠난 지방 소도시는 소멸 직전까지 내몰려 있고, 수도권·광역 도시의 청년들의 행복감도 '최저' 수준입니다. 경제 강국으로 자리를 잡아 간다는데,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청년은 사회 진출에 대한 불안감으로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뉴스핌은 청년이 꿈꿀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을 그 첫걸음으로 인식하고, 정치·산업·노동·문화·교육 등 여러 각도에서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김가희 기자 =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광역자치단체장 17석 중 14석, 기초단체장 226석 중 151석을 석권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미처 그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때였다.
한국당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을 찾는 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정당에서 선뜻 도전하려는 이가 없었다. 이때 '총알받이'로 젊은 청년들이 대거 출마했고, 대거 낙선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망한'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이후 당의 청년 자산이 됐다.
곽관용 국민의힘 경기 남양주을 당협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 지방선거 이후 낙선한 청년들을 모아 100여 명 규모의 청년 조직인 '정치바람포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떨어진 사람들끼리 모인 김에 지속적으로 공부를 했다. 당시 패잔병을 모은 게 당의 자산이 된 셈"이라며 "현재 현역 국회의원이 된 김용태·김재섭 의원도 청년 세력이 구축돼 있어서 당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서는 청년 조직화를 위한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졌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2020년 당내 청년당 형태로 '청년국민의힘'(청년의힘)을 띄웠지만 독립적인 의결·사업·예산권을 규정하도록 당헌·당규를 수정하는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현재는 이름만 남은 조직이 됐다.
◆ '일회성'에 그치는 청년 정치…"지도부 바뀌면 모든 게 물거품"
"하면 없어지고 하면 없어진다."
곽 위원장은 "좋은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수제로 운영하려고 해도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지도부가 바뀌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대로만 해도 청년 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 정책위의장과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참여하는 청년연석회의를 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여의도연구원 안에 청년정책센터를 운영하도록 되어있다. 문제는 이들 규정이 사문화돼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1명을 청년최고위원으로 뽑고는 있지만, 이번에 당선된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의 경우 만 44세다. 자격 조건상 만 45세까지 도전할 수는 있지만, 40대가 20·30세대의 청년 정치를 대변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번 총선에서 경기 동두천·연천 예비후보였던 손수조 정책연구원 리더스 대표는 지난달 31일 뉴스핌과 만나 "청년최고위원이 청년들의 도전을 위한 자리로 활용되지 못하고 기득권들이 기회주의적으로 그 자리를 노리려고 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곽 위원장은 "청년위원회 조직 자체가 지금 거의 무너진 상황"이라며 "예전에 했던 선배들만 시·도당에 남아있고 청년 조직이 없다"고 우려했다.
손 대표는 정치의 첫걸음을 뗐던 27세 당시 "직접 찾아다니면서 맨땅에 헤딩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무턱대고 인터넷에서 심사위원 메일 주소를 찾아내서 이력서를 보냈다"며 "그렇게 시작하는 사람과 모든 사회적 인맥이 갖춰져서 하는 사람과는 운동장 자체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현실적으로 출발선도 다르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막막한 상황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손 대표는 "여당도, 야당도 여전히 누구나 당원 활동을 하고, 그 이후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되기까진 정해진 루트라는 게 없다"며 "어떤 커리큘럼이 당 안에 있고 그 시스템 안에 들어가면 '나도 언젠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다리가 보이냐'고 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튀어 오르는 청년 정치인을 누르면 눌렀지 절대 당이 키워주지는 않는다"며 "제가 10여 년 동안 쭉 오면서 보아하니 당에서 길러주거나 사회에서 길러주는 거 없다. 여전히 그 벽을 뚫고 나가야 하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22대 총선에서 주목받은 30대 초선 이준석, 김재섭, 천하람 의원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자가발전으로, 개인 역량으로 국회의원이 됐다고 보이지 당 안에서 어떤 조직적 시스템에 의해 길러졌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봤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도 지난달 31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신인들은 아무런 기득권이 없고 손발이 다 묶여있는 반면 정치 기득권자들은 손발이 다 풀려서 엄청난 활동력을 갖고 있다. 게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비대칭 전력 속에서 그걸 한 번 넘어가 보고 싶고 깨보고 싶은 열정이 있다"며 "제가 그렇게 출발했기 때문에 그걸 깨야 우리 정치가 좋아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대표는 현재 정치 기득권을 깨기 위한 신당 창당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 국민의힘을 나온 그는 이미 한차례 '민심동행'이라는 당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신 대표는 "청년들이 들어갈 입구도 없고, 들어간 소수의 사람은 말 그대로 기득권에 순치돼 그 (청년) 계층에 대한 대표성을 상실하면서 정치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오고 있다"며 "제가 당을 만들고 한 것도 그런 걸 깨보려는 노력이었고, 앞으로도 그 길을 계속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제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관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05.29 leehs@newspim.com |
◆ "기성 정치가 터부시하는 어젠다도 터놓고 이야기...미래에 선제적 대응"
이들은 당내 청년들이 조직화해야 하는 이유로 새로운 어젠다 발굴을 꼽는다. 특히 청년들은 기존 보수 정당이 터부시하던 북한 문제, 성소수자, 낙태 문제 등에 대해 좀 더 열린 사고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기성 정치인들은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곽 위원장은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20대는 생각보다 통일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고 오히려 탈민족적이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이라면 통일 위주의 유화책을 지향할 것 같지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보수 청년들의 경우 동성애, 낙태, 종교 등의 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자유주의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정치적으로 특정 진영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윗세대랑은 다른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당이 건강하고 풍부해진다"며 "모든 이슈에 청년의 시각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청년 정치인들만이 청년 세대와 '찐'으로 어울릴 수 있다"며 "60대 정치인이 아무리 청바지를 입고 힙합을 부른다고 해서 청년들이 진정으로 그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하겠나. 오히려 더 싫어하지 않나. 애 낳은 여성의 마음은 애 낳은 엄마들만이 알 듯, 동년배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정치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의 시선, 문화를 정치적, 정책적으로 녹여서 목소리를 담는 것이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신 대표는 "국민들이 청년 정치인들에게 원하는 건 용기 있고, 소신 있고, 신선하고, 때 묻지 않은 것에서 오는 약간의 시원함, 청량감을 바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며 "그래서 우리가 정치 신인들을 좋아하지 않나. 청년이 아니더라도 여의도 경험이 없는 사람들만 대선주자로 가는데는 그 심리가 반영돼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물론 모든 세대가 다 어렵지만 (청년들이) 이 지구에서 더 살아갈 날이 길게 남아있는 사람들이고 앞으로 환경이 나빠지고, 인구 구조가 역으로 줄어들고 있고 그 모든 부담을 가장 최전선에서 맞아야 할 가장 최대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그 문제에 대해 더 선제적인 목소리를 내고 필요한 대안들도 더 혁신적으로, 창의적으로 기성의 정치인들은 상상하지 못하고 상상하더라도 말하지 못하는 내용들을 자유롭게 외치고 관철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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