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은행권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판매자(셀러)들에 대한 선정산대출을 잇따라 중단하면서 책임공방이 과열되고 있다. 셀러들은 "은행들이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해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고, 은행들은 고객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인터파크 오픈마켓과 AK몰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AK몰 대상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했고, SC제일은행 역시 인터파크쇼핑에 대한 선정산대출 신규 취급을 멈췄다. 은행이 인터파크쇼핑과 AK몰에 대한 선정산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 것은 해당 쇼핑몰에서 정산금 지연사태가 발생하면서 대출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 24일 미정산사태가 발생한 티몬·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티메프 사태 이후 30여 개 마켓 중 은행의 선정산대출 취급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정산대출 취급 중단은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정산대출 중단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셀러들은 "은행들이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권유해 피해가 커졌다"며 이제와서 선정산대출 중단을 결정한 은행들을 직격하고 있다.
티메프 셀러 20여 명은 지난 1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 피해자 간담회에서 "지난 4월 티몬이 티몬월드를 만든 뒤 10~20% 할인 등 파격 이벤트 마케팅을 앞세워 디지털·가전 업체들을 대거 입점시켰다"며 "이후 5월부터 SC제일은행 측이 상인들에게 거액의 선정산 대출을 가져다 쓰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0년, 20년 우량 업체들을 골라 화이트리스트 만들고 적극 권유했다"며 "제1은행권의 은행이라 믿었고 '대출 안 하면 앞으로 대출금 깎인다' 등으로 권유해 20~30억원 대출을 받아 물건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선정산대출은 셀러와 대출 약정을 맺은 은행이 판매금액(배송완료 후 미정산금액)을 미리 정산하고, 이후 정산일에 온라인마켓의 정산을 통해 자동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운전자금 대출 상품이다. 은행은 보통 정산예정대금의 80% 이내에서 선정산(대출)을 내준다.
특히 티몬월드의 선정산 대출은 SC제일은행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파트너스론'이라는 선정산대출을 운영 중인데, 티몬월드에서 물건을 판매한 셀러에게 선정산대출 최대 한도를 3배 이상 늘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이 티몬월드 셀러의 대출 한도를 높이면서 티몬월드의 거래규모가 늘었고, 미정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말까지 티몬과 위메프 은행 선정산 대출은 신규취급액 기준 약 3855억3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5일까지 잔액 기준으론 총 1076억5200만원이 남아있다. 입점 업체들이 은행 대출을 갚아 잔액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티메프 측의 정산 여부는 확실치 않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은행은 대출 상품의 경우 절차대로 진행했으며, 해당 상황에 대한 후속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호경 SC제일은행 상무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이 상품을 티몬월드로 국한해서 말이 나오는데, 선정산 시스템을 적용할 때는 티몬월드 말고도 제휴된 업체들이 여러군데 있다"며 "회사를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SC제일은행 측은 "지난 7월 30일 정부가 티메프 피해액 관련해 대응방안이 나왔고 선정산 지급한 은행에서 판매자 대출 부분을 만기 연장해서 피해업체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발표했다"며"내부적으로 추가로 어떤 부분 지원할 수 있는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선정산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SC제일은행의 영업정책에 대해서 점검 중에 있다"며 "(선정산대출 관련) 현황은 파악했고 추가적인 내용은 점검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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