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상급종병)의 구조를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의료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8일 정부 측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급격한 변화는 2025년에 새로운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것을 고려할 때 지역 의료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서울대병원 전경 |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지난 1일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과 전문의 중심 병원'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며 "정부 발표에 우려를 표한다. 현장 의견이 올바른 의료 개혁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가 구상하는 상급종병의 전문의 중심 구조 전환이 지난 2월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의 복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전공의들의 공백을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들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비대위는 의견서에서 "현장에서는 의학 지식과 연구 역량을 갖춘 전공의의 부재와 전문의의 감소로 심각한 진료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며, "최신 의술을 적용한 신속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어 중증-희귀 질환 치료 역량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공의 대신 진료 지원 간호사가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전문 인력 중심의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기는 것은 현장을 알지 못하는 복지부의 심각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상급종병의 구조 전환 목표를 진료량 감축에 놓는 것 역시 방향성이 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대위는 "1, 2차 의료기관과 상급종병이 함께 협력하여 환자의 건강 상태가 향상돼야 한다"며 "(목표는) 1, 2차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하는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보상 체계를 전제로 하여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급종병에 대한 일반 병상 감축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일반 병상 감축은 이에 종사하는 인력의 업무 감소로 이어져 구조 조정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이다.
비대위는 "일반 병상 수 감축, 중증 질환 비율 상향 조절이라는 목표를 강제하는 대신, 의료 수가와 보상 체계 개선을 통해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검사와 약 처방, 시술·수술뿐만 아니라 충분한 상담과 교육, 다학제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 수가와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증도 진료 비중이 상승하면 이를 담당하는 의료 인력 충원 또는 재배치가 필요하다"면서 "일반직의 업무 감소로 인한 구조 조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니, 신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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