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혼 후 법원의 자녀 양육비 지급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네이버 카페 '양육비 해결 모임' 대표가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모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강씨는 지난 2018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20여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남성이 있다며 2019년 그의 신상을 공개했다.
강씨는 해당 남성의 사진과 신상 등을 공개하며 '평창올림픽 스키강사 출신', '사업가'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남성은 이것이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강씨를 고소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올린 게시글 중 '스키강사 출신'이나 '사업가'라는 내용은 허위사실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15년 가까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던 고소인의 배우자 처지를 접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직접 진위 여부를 확인하진 않았으나 사무국장을 통해 양육비 지급 판결문과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고충 등을 확인했다"며 "또 운영하는 단체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게시할 동기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항소하며 추가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올린 게시글은 단순히 양육비 미지급에 그치지 않고 사진, 이름, 나이, 출생지 등을 올리며 고소인을 상당히 공격적이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며 "신상공개 활동이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게시글의 주된 목적은 공개적 비방을 통한 양육비 지급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파성이 강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고소인을 양육비 미지급자로 공개적으로 비방하고 주변인물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인이 고소인을 비난 내지 공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불이익을 감당하지 못한 고소인의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려는 것으로 이 사건 게시글의 목적이 비방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게시글의 표현방법과 동기, 그로 인해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 정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고소인의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해당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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