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집단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장 탁영란)의 자체 조사 결과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관련 교육은 1시간 남짓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야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등 '쟁점 없는 민생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간협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진료보조(PA) 간호사의 법적인 지위 확보를 요구하며 간호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간협이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전공의 수련병원 등 38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39%인 151개 기관에 불과했다.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면서도 이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61%에 달하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보조(PA)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3502명이었다.
간협은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면서도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조사에서 현장 간호사들은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거나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련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데 업무 범위도 명확하지 않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한 데다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없어 수련의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의료공백 사태 후 병원들의 경영난으로 인해 신규 간호사들의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것과, 병원들의 추가 신규 모집 계획이 없어진 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간협은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으나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신규간호사의 수도 76%에 달한다"고 전했다.
간협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은 크게 감소했다.
이를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5년 평균 1334명이 증가했으나 올해는 오히려 194명이 줄었다.
종합병원 역시 지난 5년 평균보다 근무 간호사 수가 204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병원급 이상 전체 간호사 증가 인원도 5년 평균의 65% 수준에 머물렀다.
이 결과 지난 13일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올해 발령인원을 8390명 선발했으나 지금까지 발령을 하지 못한 신규간호사가 전체의 76%(6376명)에 달했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의료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탁영란 회장은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면서 "신규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탁 회장은"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며, 의료 공백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며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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