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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군복무 크레딧 강화에 재정당국 당혹…"연금과 복지 분리해야"

기사등록 : 2024-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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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연금개혁으로 출산·군복무 크레딧 강화
오는 2055년 연기금 고갈…재정당국은 '당황'
전문가 "국민연금과 복지정책 서로 분리해야"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출산·군복무 크레딧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는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책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해주겠다는 뜻이다.

다만 국민연금 기금이 오는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크레딧 강화로 재정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복지정책을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출산 크레딧 '첫째아'부터…군복무 가입기간 전체 인정

21일 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초 발표되는 연금개혁안에는 출산·군복무 크레딧의 범위를 늘리는 방안이 포함된다.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이런 내용이 이미 담겨 있다.

출산 크레딧은 여성이 출산과 양육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해 연금 수급권을 획득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됐다. 여성의 노후 빈곤을 해결하자는 취지다.

신생아 [사진=게티이미지] 2024.08.20 plum@newspim.com

현재 출산 크레딧은 자녀가 2명 이상인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가 노령연금(조기노령연금) 수급권을 취득하게 되면 가입기간을 추가 산입해주는 제도다. 2명 이상은 12개월, 3명 이상은 18개월(상한 50개월)이 인정된다.

그러나 출산 크레딧이 범위가 둘째아 이상으로 설정되다 보니 실제 혜택을 받는 이들이 드물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를 낳아도 출산 크레딧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저출산 대응 대책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군 복무 크레딧의 경우 2008년 이후 군에 입대하고 6개월 이상 현역병이나 사회복무요원(공익 근무요원) 등으로 복무한 자에 대해 복무기간 6개월을 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군 복무 크레딧을 운영하는 해외 선진국의 경우 복무 또는 의무 봉사를 한 기간에 대해 크레딧을 제공하고 있다. 군 복무 크레딧의 보상이 너무 작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해 출산 크레딧 지원 대상을 둘째아 이상에서 첫째아로 완화하고 인정 시점을 출산이 발생하는 시점으로 변경해 즉각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군 복무 크레딧의 가입 인정기간도 전체 복무 기간으로 넓힌다.

◆ 출산 크레딧, 2088년까지 102조 소요…"연금-복지 분리 필요"

정부가 출산·군복무 크레딧을 강화하고자 하는 이유는 사회 가치 실현이라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연기금을 운용하는 재정당국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오는 2055년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은 재정 건전성을 흔든다는 이유에서다.

출산 크레딧의 재원은 국고 30%, 연기금 70%로 충당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를 유지하면 오는 2088년까지 소요되는 재정은 총 102조6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출산 크레딧이 확대될 경우 소요 재정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보상책을 연기금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출산 크레딧은 저출생 대응 정책이라고 하기에 기대효과가 현저히 낮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부가 많은 소위 부자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출산 크레딧은 소득이 역진적으로 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고가 30% 투입되는 출산 크레딧을 늘리게 되면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셈"이라며 "OECD 주요 국가에서는 국민연금과 복지정책을 분리하고 있다. 출산에 대한 보상은 연기금이 아니라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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