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조사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21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SK디스커버리 법인과 홍지호 전 대표이사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및 피해자 찾기 예비사업' 결과보고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SK디스커버리 측 변호인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으며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입장을 냈다.
또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 제품의 유해성 부분을 다툰다고 밝혔다. 관련 사건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당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취지다. 홍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심 재판 중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범으로 먼저 기소된 애경산업 법인과 안용찬 전 대표 사건과의 병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한 사건이고 다투는 취지도 유사한 데다 불러야 할 증인도 중복된다"며 "SK디스커버리와 애경산업, 검찰 측이 모두 따로 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병합을 안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에 SK디스커버리 측은 "애경산업과 기소 시기가 2년 가까이 차이가 나고 상당 부분 진행돼 병합하거나 병행 심리할 경우 변론에 쫓겨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별도로 재판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애경산업과 검찰 측 의견을 받아본 뒤 다음 기일인 오는 9월 11일에 병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와 홍 전 대표는 애경산업, 안 전 대표와 공모해 2002년 10월과 2005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언론사에 가습기 살균 제품인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가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22년 9월까지 허위 내용의 광고성 기사가 계속 보도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 2022년 10월 보도자료 명의자인 애경산업과 안 전 대표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올해 5월 SK디스커버리와 홍 전 대표도 재판에 넘겼다.
제조사인 SK디스커버리는 영국의 흡입독성시험 전문기관으로부터 해당 제품의 저독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판매사인 애경산업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거짓·과장 광고에 가담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임직원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1심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 물질 사용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나 천식을 발생시켰다거나 악화시켰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지난 1월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질병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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