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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살인예고' 중국인, 2심서 협박 혐의 유죄로 뒤집혀

기사등록 : 2024-08-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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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혐의도…징역 1년2개월·집유 2년
"게시 후 바로 삭제했지만 협박죄 고의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서울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며 협박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30대 중국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조정래 이영광 안희길 부장판사)는 22일 협박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왕모 씨에게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1심은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살인예고 글을 직접 작성해 혜화역 인근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당근마켓'에 게시했고 해당 글은 캡처돼 수많은 사람에게 삽시간에 전파됐다"며 "피해자들은 모두 혜화역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피고인이 살인예고를 고지한 시간에 혜화역을 방문할 의사결정 내지 실행의 자유가 저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같은 행위가 여러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며 "글을 게시한 후 삭제했다고 해도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고의가 없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123명의 경찰이 배치돼 비상 근무한 상황, 당시 신림역·서현역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으로 전국적인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불법체류 기간도 상당히 길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에서 동종전력이 없는 점, 게시글을 금방 삭제해 협박의 내용을 실현할 계획이 없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으로 상당 기간 구금됐다 석방된 사정, 강제퇴거 대상이 돼 자유가 속박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했다.

앞서 왕씨는 지난해 8월 4일 새벽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할 테니 이 글을 본 사람은 피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왕씨는 당근마켓 게시글을 캡처한 뒤 약 8초 만에 바로 삭제했으나 같은 날 오후 한 대학교 커뮤니티 플랫폼인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 해당 캡처사진이 첨부된 글이 게시되면서 살인예고 글은 급속도로 전파됐다.

1심은 "피고인이 8초 만에 게시글을 삭제한 것을 보면 협박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유학생 신분으로 허가받은 체류 기간을 넘어 국내에 체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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