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이훈재 양지정 엄철 부장판사)는 27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등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항소심 선고서 1200만원 벌금형을 받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4.08.27 leemario@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적시한 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하고, 진실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나 근거를 제시할 책임이 있음에도 그러한 조사 및 자료나 근거의 제시 없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했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을 통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 게시글은 공적인물에 대한 악의적이고 경솔한 공격으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전반적인 내용과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죄책은 상당히 무겁다"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범행의 전반적인 경위 등에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사회적 논란이 야기되자 게시글을 자진 삭제한 점, 당심에 이르러 진심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최근 피해자 측을 방문해 직접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판결 직후 취재진을 만난 정 실장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권양숙 여사님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하고 저는 유가족분들이 늘 건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실장은 지난 2017년 9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해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는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글은 악의적이고 매우 경솔하며 글의 맥락이나 상황 등에 비춰볼 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며 정 실장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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